미국 경제 살리는 ‘제조업 르네상스’, IRA에 ‘목줄’ 달린 전기차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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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전기차 공장 가동 앞당긴 현대차, IRA 영향 고려한 듯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 높아, 공장 가동 후 성장세 기대"
미국 제조업 기반 부활시킨 IRA, 정작 한국은 '영양실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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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올해 10월 본격 가동된다. 당초 목표였던 2025년 상반기보다 공장 가동을 앞당겨 당장 4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겠단 목표다. 보조금에 따른 전기차 판매율 편차가 적지 않은 만큼 IRA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올해 내 HMGMA 본격 가동

13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IRA에 따른 미국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더 빨리 받기 위해 예정보다 3개월 이상 앞서 조지아주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단지를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담당 사장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공장 가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어 시기를 앞당기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IRA에서 규정한) 한 대당 7,500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10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미국 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에 착수했다. 당초 완공 목표 시기는 2025년 하반기였으나, 이후 같은 해 상반기로 앞당기더니 이번엔 2024년 4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고 못을 박았다. IRA 규제에 따른 손해를 하루빨리 덮어내겠단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2022년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IRA가 시행됐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았다. 당분간은 IRA와 관계없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와 플릿(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 업체 등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 등 상업용 판매 채널에 의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것만으론 시장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IRA ‘혹 떼기’ 가속화, “성장세 이어갈 것”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IRA라는 혹을 빨리 떼버리는 게 더 이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4,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7.9%의 점유율로 사상 첫 판매량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65만4,888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55.1%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켰지만, 기존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해 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신차를 현지에 내놓으면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2년(65%)보다는 10%p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년간 미국에서 7.1%의 점유율로 테슬라와 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IRA 시행으로 미국 전기차 판매량 톱5 브랜드 가운데 홀로 1,000만원에 가까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차포’를 뗀 상황에서도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아직 테슬라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의 점유율이긴 하나, 1년 새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판매성장률(46.3%)을 뛰어넘어 62.6%에 달하는 점유율 증가세를 보인 점은 괄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IRA 규제를 달고도 성장을 이룬 건 큰 성과”라며 “올해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해 IRA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길이 다시 열리면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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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례’ 성장하는 미-한, “국내시장 고용 위축 우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은 IRA 규제 해소, 전기차 판매량 증대 등 측면에서 확실한 이득이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IRA 하나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와 제조업 기반을 빼앗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 1년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제조시설에 발표된 투자 계획 총 2,700억 달러(약 362조원) 중 절반에 가까운 1,300억 달러(약 174조원)가 전기차 분야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보조금 지급이라는 ‘당근’으로 한국·일본·유럽 등의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도록 한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공급망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북미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 비중이 2022년 6%에서 2035년 31%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IRA는 향후 도래할 수십 년 국제 경제의 형태를 규정하는 법”이라 평가한 이유다. 

반면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할수록 국내 고용시장은 출렁이기만 한다.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복원하면서 수혜를 봤던 우리 기업이 수출경쟁력 악화에 따른 생산라인 축소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IRA에 따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전기차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서두를수록 국내 기업의 고용 위축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석 카이스트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자국 생산을 강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며 “공장증설이 완료되면 미국은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으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제조사의 시설 이전으로 미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게 되면 대미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원재료를 수입해서 중간재나 완성품을 공급하는 수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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