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우려에 계속되는 美 은행 불안,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PACW, WAL’ 등 일부 지역은행 주가 급변동 고조된 불안심리와 함께 이어진 ‘공매도 투기’가 원인 개별은행의 수익성 전망 등 펀더멘털에 보다 주목할 필요

pabii research

최근 미국 은행주가 급변동하며 은행부문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산 부진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경제 활동 둔화가 은행권 수익성을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준이 신속히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1차 방어에 나서자, 은행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3월 초 SVB 사태 이후 재차 불거진 은행권 불안

지난주 미국의 일부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4일(현지 시간) 팩웨스트 뱅코프(NASDAQ:PACW)는 장외거래에서 -76% 가까이 폭락했고, 다음날 또 다른 지역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NYS:WAL)의 주가도 장중 60% 폭락했다. 이 밖에도 지역은행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락하면서 한때 KBW 미국 지방은행 지수가 3년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3월 초 SVB 파산 사태 이후부터 다른 지역은행들의 파산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이들 은행의 비부보예금(예금자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예금들) 비중이 68%로 높은 데다 만기가 긴 자산 비중도 높아 예금 유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4월 말 발표된 1분기 실적 발표가 악화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매도 투기 세력, 고금리 지속등이 주가 변동성 주원인

지난주 지역은행 주가 급락은 불안심리에 기댄 공매도(short selling)에 의해 촉발됐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일부 은행의 경우 1분기 실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SNS상에서 거론된 특정 은행의 부실문제가 투자자들의 분안심리를 가속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지역은행 주가 급락은 특별한 재료(catalyst)가 없었음에도 이루어졌다”며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인수 후에도 지역은행 주가가 상승하지 않은 점이 은행부문 위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되면서 은행권 주식 투매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실은행으로 지목된 은행들에는 공매도와 풋옵션 등 투기적 거래까지 집중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팩웨스트의 유통주식 대비 공매도 비중은 3월 말 4%에서 지난 4일 18%로,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3%에서 8%로 증가했다.

한편 경기하강 국면 진입에 대한 우려도 은행권 불안이 증폭되는 이유 중 하나다. 소형은행 대출 가운데 경기변동에 취약한 지역 내 영세기업체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경제 활동 전반을 둔화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역시 소형은행 대출자산에서 높은 비중(43%)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재택근무 트렌드가 확산된 올해 미국 서부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손실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밖에도 고금리 기조 지속과 러-우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둔화 또한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주요 원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5월 FOMC에서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 거래소(CME)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올해 연방기금금리 경로 전망은 오는 7월까지 현행(5.00%~5.25%) 수준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금리인하가 지속되어 올 연말에는 4.00%~4.2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경로 전망(CME FedWatchTool)/출처=CME 그룹 홈페이지

월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 낮아

은행권 불안이 지속되자 일각에선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택하는 은행들이 늘면서 대출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예상보다 경기침체가 더 빠르게 현실화되고, 나아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월가에선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1차적인 방어수단이 되고 있으며, 우려 대상인 지역은행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가계예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적 리스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은행 사태 관련 낙관론의 근거로 첫째, 정책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고 있고 둘째, 예금 기반이 다변화되어 있으며 셋째, 시스템적 주요 은행의 자본 완충(capital buffer) 정도가 최소 요구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한 고수익추구를 위한 예금유출, 자산 부문에서의 미실현손실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 또 최근 은행권 사태는 은행 수익성 등의 펀더멘털에 대한 하락 없이도 시장이 급속히 불안심리에 젖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주식에 대한 공매도 제한이나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등의 불안심리를 제어할 제도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 향후에도 높은 변동성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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