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긴축 정책에도 무너지지 않는 미국 경제, ‘이것’이 GDP 성장률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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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 성장 우위는 초과저축 활용 통한 소비성장에 기인
국내서도 민간소비의 하방리스크 낮춘 가계 초과저축, 무려 100조원 가까이 늘어나
미국의 경우 올해 초과저축 소진 임박한 상황,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미국과 기타 고소득 국가(유로지역, 캐나다, 영국, 일본)의 팬데믹 기간 전후 저축행태/출처=한국은행

지난해 급격한 통화긴축에도 미국의 견조한 소비지출을 견인한 주요 동인이 가계의 초과저축이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서도 팬데믹 기간 가계의 초과저축이 100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최근까지 누증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월가에선 미국 성장률 상승에 기여했던 초과저축이 올해 안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올해 4분기 이후 가계 소비가 크게 위축될 거란 우려가 늘고 있다.

한은, ‘팬데믹 초과저축 관련 뉴욕연준의 분석보고서’ 발표

16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발행한 ‘팬데믹 초과저축 관련 뉴욕연준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의 대규모 소득지원 정책과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고소득 국가에서 가계저축률이 크게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팬데믹 종료 이후 현재까지 미국을 포함한 고소득 국가에선 저축률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은 기타 고소득 국가와는 대조적으로 팬데믹 이전 기간(2015~2019년)의 평균보다 약 -2.5%p 낮아진 모습이다. 초과저축률의 경우 미국은 지속 하락하는 반면, 기타 국가의 초과저축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미국과 기타 국가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초과저축률 추이의 변화는 각 국가의 GDP 성장의 차이를 불러왔다. 미국의 소비는 팬데믹 초기 급격히 감소한 이후 2021년 중순부터 이전 추세(2014년 4분기~2019년 4분기 평균)를 회복해 이를 유지한 반면, 기타 고소득 국가의 소비는 팬데믹 초기 미국보다 더 큰 폭 감소한 이후 서서히 회복됐으나 여전히 이전 추세를 상당폭 하회하고 있다.

결국 팬데믹 이후 나타난 미국경제의 성장 우위 현상은 주로 초과저축의 활용을 통한 소비성장에 기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자천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실질소득 둔화와 금융여건 긴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초과저축을 활용한 강력한 소비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원하였으나 여타 국가에서는 약한 소비지출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서도 팬데믹 이후 ‘초과저축’ 쌓여, 최근까지 누증 지속

우리나라에서도 팬데믹 기간 가계의 초과저축이 100조원이 넘게 늘어났다. 지난 7월 24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간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01~12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 명목 민간소비의 9.7~12.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 초과저축은 최근까지 누증이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 초기인 2020~21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든 것이 초과저축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지난해에는 경기회복으로 인한 고용 호조,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등에 따른 소득 증가가 초과저축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저축률 추정모형을 통해 초과저축의 주요 동기를 분석한 결과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비자발적 요인이 팬데믹 이후 저축증가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하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차장은 “초과저축의 활용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가계는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재원이나 부채상환에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0~22년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은 1,006조원 늘어나 직전 3개년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는데, 금융자산 형태별로는 현금·예금과 주식·펀드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초과저축이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된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경제 여건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올해 4분기 이후 초과저축의 흐름과 실물 및 금융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초과저축액 추이/출처=한국은행

‘초과저축액 소진’에 따른 타격은 제한적, 다만 내년부턴 소비 위축될 전망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성장률 상승에 기여했던 초과저축이 올 상반기에 이미 소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지난달 6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초과저축 누적액이 2021년 2.1조 달러(약 2,850조원)에서 최근 1,900억 달러(약 258조원)로 축소됐다”고 밝히며 “최근 감소 속도를 감안할 때 당초 예상이었던 올해 4분기보다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초과저축이 내년 1분기에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과 BoA, 바클리즈 등은 아직까지 상당 규모의 초과저축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2024년 이후에는 급격한 소진을 전망했다.

다만 당분간 초과저축액 소진에 따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가계 순자산이 약 149조 달러(약 20경2,193조원)로 2019년 대비 27% 가까이 폭증한 가운데 실질소득 개선 등의 양호한 가계 재무여건이 초과저축 소진으로 인한 급격한 소비 심리 위축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초과저축의 소진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과 저축률 하락 등이 초과저축의 상당한 감소를 시사하는 가운데 잔여분이 남아있더라도 이전만큼 소비 동력이 되지 못할 수 있다”며 “여기에 노동시장 냉각 조짐과 일부 서비스 항목에 대한 리오프닝 수요 감소,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4분기 이후 가계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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