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가 국제 브랜드에 건넨 수수료 7천억원, 누구 주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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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내 8개 카드사 국제 브랜드 로열티 1,440억원
발급유지-데이터 처리 등 명목, 소비자 연회비로 충당
대체 서비스는 개발·홍보 부족으로 낮은 인지도

최근 6년간 국내 카드사가 비자, 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카드 로열티로 지급한 액수가 7,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국내 카드사가 지급한 국제 브랜드 카드 로열티는 총 7,161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수익 악화,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

브랜드 카드 로열티는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겸용 카드 이용과 관련해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 국제 브랜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중 국내 사용에 대한 분담금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의 브랜드 카드 로열티는 총 1,440억원으로 최근 6년 중 가장 큰 연간 지급액을 기록했다.

가장 큰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341억원의 브랜드 카드 로열티를 기록하며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300억원을 넘겼다. 이로써 신한카드의 최근 6년간 누적 브랜드 카드 로열티는 1,601억원이 됐다. 로열티 수수료율은 최소 0.01%에서 최대 0.35%로, 카드사와 브랜드마다 다른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유 의원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브랜드 로열티 지급이 늘면 국내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며 “카드사의 로열티 지급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결제액 수수료, 해외 수수료의 ‘4배’

국내 카드사들이 지급하는 국제 브랜드 로열티에 대한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감원은 2010년까지 1,000억원대 미만을 기록하던 연간 국제 브랜드 카드 로열티가 2013년 1,24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자, 실태 조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국내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의 국내 사용에 대해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0년 990억원, 2011년 1,074억원, 2012년 1,173억원, 2013년 1,246억원으로 4년간 총 4,483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3년의 경우 해외 결제액에 대한 수수료가 295억원 수준인 데 반해 국내 결제액에 대한 수수료는 1,246억원을 기록하며 4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통상 국내 카드사들은 국내 결제액의 0.04%가량을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카드 1장당 발급유지 수수료, 거래 건당 데이터 처리비 등을 지급한다. 이 모든 비용은 고객의 연회비 등으로 충당한다.

카드업계에서는 비자, 마스터 등이 국제 결제망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불합리한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계에서는 부당한 수수료 체계의 피해를 국내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국제 브랜드 카드사와 국내 카드사 간 국제 계약에 따라 수수료 지급에 대한 세부 사항이 결정되는 만큼 정부의 개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국내에서 잠자는 해외겸용 카드 89%

이같은 문제는 최근 들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21년 5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급감해 해외 결제액이 크게 줄었는데도 국내 결제분에 대한 수수료가 막대해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기업 간의 거래에 개입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국내 전용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수수료 지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2021년 1분기 기준 국내에서 발급된 해외겸용 카드는 약 9,700만 장인데, 이 가운데 해외에서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은 카드가 약 8,700만 장(89.6%)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책은 통상 마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감원이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기엔 한계가 따랐다. 이에 카드사들 차원에서 소비자의 카드 신청이 들어오면 국내 전용을 권유하는 등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로열티 규모를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대체 서비스 개발·홍보로 소비자 선택 유도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전용 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신한카드가 일본 NTTdata와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로컬카드 해외 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2014년 처음 도입된 해당 서비스는 국내 전용 카드를 일본 주요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국제 브랜드 로열티 없이 해외 서비스 수수료(신용카드 0.18%, 체크카드 0.2%)만 부과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로 이어지지 않아 해당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도입 10년 차인 현재 한국인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일본 내 주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만 이용이 가능해 ‘한정적’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대체 서비스의 활성화가 불필요한 수수료 지급을 줄여 카드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종국에는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상품 개발과 홍보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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