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금리 간 상관관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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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경제 여건이 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
여전히 견고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도 ‘고금리 장기화’에 영향
다만, 시장은 늘어난 재정적자 대응 위해 ‘국채 발행’ 확대될 것으로 전망
사진=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엑스(구 트위터)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재정적자로 국가 부채 발행이 예상됨에 따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경제 여건을 금리 상승 배경으로 꼽은 가운데 저금리 추세가 국채 시장에 나타날 상황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국채 금리 급등의 원인으로 가파르게 늘어난 재정적자를 꼽으며 향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채 금리에 대한 미 재무부의 해석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블룸버그 워싱턴 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재정적자와 최근 국채 금리 급등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주요국에선 국채 금리라 치솟고 있다. 국채 금리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경제가 회복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옐런 장관의 발언이 있기 앞서 미국의 경제의 회복력을 입증하는 지표가 발표된 바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연 4.9%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확정치(2.1%)보다 증가한 수치자, 시장 전망치(4.7%)보다도 높은 결과다.

다만 옐런 장관은 향후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상당한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기에 향후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 추세가 국채 시장에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아직 큰 영향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이 확전될 경우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나가기엔 성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 급등의 원인으로 ‘재정적자’가 지목된 이유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85%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3% 수준에 머물던 금리가 어느덧 5% 수준에 다가선 모양새다. 시장에선 금리 급등 배경으로 팬데믹 이후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와 그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 등을 꼽는다. 재정적자가 늘어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지속 확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장기 금리가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9월 30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7,000억 달러(약 2,298조원)로 불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미국 GDP의 6.3% 수준에 달한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연방 정부의 재정 규모는 2019년보다 무려 43% 가까이 늘었고, 투자 지출 증가의 30% 이상이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늘어난 재정적자 규모에 따라 향후 재무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더 늘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비영리 단체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미국의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재정적자는 약 2조 달러(약 2,704조원)로 지난해 대비 2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 8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최고 등급)에서 AA+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배경을 두고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권 합의가 없고, 필요한 경우 계속 중장기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공급은 늘어나는 데 수요가 없으니, 금리가 계속 올라간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채 10년물 수익률 추이/출처=FRED

국채 금리 급등의 또 다른 원인,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경기’

금리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 최근 상승 압박이 재개된 인플레이션이 지목된다. 지난 8월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9%로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운데, 중동 전쟁 확산에 따른 국제 유가 반등까지 예상되고 있어 하락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물가 상승 압박이 재확산되면서 연준의 긴축정책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국채 금리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고수하는 연준의 태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며 “결정적으로 연준이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점도표 상 내년 이후 금리 수준을 50bp 상향 조정하면서 대다수 참여자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옐런 장관의 발언과 같이 경제가 예상 밖의 호황을 누리는 측면도 국채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국채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통상 국채 금리는 경기침체를 반영하며 하락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활황일 때는 금리가 치솟는다.

최근 미국의 제조업은 경제 호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분야로 통한다. 올해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제조업 고용인구는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제조업 분야 리쇼어링에 따른 투자 확대가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제조업 경기 및 투자 제약이 리쇼어링 모멘텀을 다소 약화시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지원 및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성 제고 노력에 따라 리쇼어링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미국 경제의 견고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장기간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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