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장기채 급등의 원인은 정부 부채의 거대화”라는데, 문제는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는 것

장기채 금리 급등, “달러 찍어내기”의 후폭풍 겪는 美 최근 장기채 금리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참여자들 한국도 정부 부채 높고, 국고채 금리 치솟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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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채 금리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장기채 급등 소식을 여타 시장 참여자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주식 시장의 경우 미국채 10년물, 30년물 하락세 소식이 들려오자 S&P500 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이 하락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미국의 수순을 그대로 밟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우리 정부는 세수 구멍을 메우려고 한국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했는데,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적 완화 부작용으로 ‘역풍’ 맞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연준(Fed)이 양적 긴축을 하며 중앙은행의 재정정책이 장기채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됐다고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글로벌 경제 되살리기에 나섰는데, 이후 양적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달러 찍어내기’의 후폭풍을 맞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 부채가 치솟으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WSJ은 미국채 장기 금리는 두 가지 요소, 즉 ‘단기금리 기대치’와,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보상하기 위한 ‘기간 프리미엄’으로 구성되는데, 최근 급등세는 단기금리가 아닌 대부분 기간 프리미엄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미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둔화세를 보인 데다, 연준이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치솟았다.

반면 팬데믹 기간 정부 부채가 크게 증가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정치권의 불안이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19.47%로, 2008년 1분기(64.27%)보다 2배 가까이 커졌다. 통상 재정적자가 커지면 중앙은행들이 국채를 포함해 막대한 보유자산을 처분하면서 시장에 국채 공급이 커지는데, 이로 인해 미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해임되면서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연방정부 예산안 협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투매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채 급등 소식에 주식 시장도 ‘휘청’

실제 미국채 30년물, 10년물 금리는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채 30년 만기 수익률은 장중 5%를 돌파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채 10년물도 3일과 4일 연속 장중 4.8%까지 치솟았다.

이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ISM제조업지수, 구인이직보고서(JOLT), 실업수당청구건수 등 호전된 경제 지표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제조업황이 개선되고, 구인이 늘고,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는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음 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기성 매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편 주식 시장에서도 장기채 급등세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분위기다. 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3,129.55로 전장보다 0.39% 올랐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0.81% 상승한 4,263.75로,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35% 오른 13,236.01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전직 IB 업계 관계자 A씨는 “당장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시에도 몇 달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던 장기채 금리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시장 참여자들은 드물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주요 언론이 장기채 금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물론 주식 시장도 장기채 금리 상승에 요동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장기채 금리가 시장의 주도적인 정보가 됐다는 걸 모두가 납득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사진=GettyImages

미국 따라가는 한국 정부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현재 미국의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수 결손을 땜질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올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 왔는데, 이로 인해 국내 장기채 금리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은행에서 빌린 일시대출액은 1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일시대출 누적액(34조2,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재정 투입이 컸던 2020년 전체 일시대출 누적액(102조9,000억원)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여기에 한은 차입을 늘리고도 모자란 세수는 재정증권을 통해 80억원을 시중에서 끌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를 메우려고 차입한 자금이 크게 늘면서 정부의 이자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액은 각각 1,492억원, 2,455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국고채 금리는 상승추세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2.1bp(bp=0.01%포인트) 오른 4.351%로 장을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3%를 넘은 건 레고 사태로 채권시장이 위축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30년물도 30.3bp 오른 4.199%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3년물, 5년물도 각각 22.4bp, 26.1bp 오른 4.108%, 4.203%를 나타냈다.

A씨는 “이번 국고채 금리 상승세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오른 게 크다”면서도 “다만 우리 정부 부채도 커지면서 국내 채권 시장 참여자들이 국고채를 투매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는 추후에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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