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에 정부 지출 줄이는데 ‘국고 미수납액’은 매년 늘어, 하반기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

정부 미수납액 67조 4,000억원, 4년새 19조원 증가 재정지출 축소에 하반기 경기 부진 장기화 가능성↑ 정부 차입금도 늘어나 이자 부담까지 확대, ‘세수 딜레마’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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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징수하지 못한 세금이 67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미수납이 가장 많았는데 체납자의 경제력 부족이나 거주 장소 불명 등의 사유가 결정적이었다. 올 상반기 역대급 세수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차입금마저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통한 세수 확대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미수납액, 2018년보다 1.4배 늘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미수납액은 67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보다 약 40%(19조179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 5년전부터 정부 미수납액은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48조4,065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51조491억원, 2020년 54조3,772억원, 2021년 61조3,929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처별로는 지난해 기획재정부 미수납액이 56조7,0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각각 4조1,936억원, 1조4,67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 미수납액 중 73% 이상을 차지하는 기재부와 국세청의 미수납액 대부분은 체납자 재력부족 및 거주불명 사유로 수납되지 못했다.

한편 매년 상승 중인 부처별 관계기관 예산 부족에 의한 미수납액은 체납에 관련된 납부자의 여건 문제와 징수 관리 주체인 재정당국의 역량 부족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계기관 예산 부족에 따른 미수납액은 2021년 52억원에서 2022년 185억원으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21년 24억원에서 2022년 201억원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7억원에서 2022년 126억원으로 증가했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가 지난해 거둬들이지 못한 미수납액은 올해 예상되는 세수 결손액을 넘어서는 막대한 규모”라며 “정부는 재정준칙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성장 회복으로 납부자의 부담 여력을 늘려, 재정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지출 58조원 줄인 정부, 경기에 악영향

매년 미수납액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정부는 지출을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고되자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6월까지 351조7,00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로 올해 본예산(638조7,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55.1%에 그쳤다. 역시나 지난해 같은 기간 총지출 진도율(60.2%)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정부가 지출 조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세수부족이 주효했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올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당초 예측(400조5,000억원)보다 44조4,000억원이나 모자란다.

문제는 줄어든 정부 지출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미국 등 주요국 고금리 장기화와 중국발 경제위기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침체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재정지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국내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한은 차입금도 이미 100조원 넘어

세수부족 확대와 미수납액 증가에 따라 향후 정부의 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올해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총 100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산화된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은 차입금은 당장 지출할 자금이 없는 정부가 세수 확보 이전에 일시적으로 빌리는 자금이다.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이 자금은 추후 세금이 확보되면 갚는 돈이지만, 아무리 정부라 할지라도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비용을 피할 수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정부가 올해 한은에 지급한 이자는 1,141억원으로 이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리스크와 경기둔화의 장기화, 그리고 각종 감세 조치 등의 악조건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세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은 차입금이 추가로 늘어나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 전체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H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세수부족에 따라 한은 차입금이 확대되면 그만큼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고, 이는 다시 재정지출 축소로 이어져 경기 부양이 제한되는 세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면서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고 당장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재정을 사용해 세수 기반을 확충하고 경기 부양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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