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정기검사 나서는 금융감독원, 농협중앙회 중심 지배 구조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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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5월 중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정기조사 실시
대주주 농협중앙회에 집중된 권력, 금융감독원도 '주목'
은행권 중앙회 '무소불위' 권력의 위험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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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선다.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를 고려해 농협은행의 내부 통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농협중앙회 중심의 지배 구조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2012년 신용사업 부문·경제사업 부문 분리 이후에도 지속되는 ‘농협중앙회 경영 체제’에 본격적인 경각심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농협 정기검사, 내부 통제·지배 구조에 주목

24일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통해 경영 전반과 지배 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기검사는 다음 달 중순부터 실시될 예정이며, 지난 22일부터 사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는 주요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된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2022년 5월 정기검사를 받았으며, 다음 달 검사 주기가 돌아오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은행의 내부 통제 상황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직원이 직접 가담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거액의 부당 대출을 취급했고, B지점 직원은 고객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지배 구조도 금융감독원의 경계 대상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검사를 통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관련 사항을 잣대로 삼고, ‘중앙회-금융지주-은행’으로 이어지는 현행 지배 구조 및 이에 따른 부적절한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설명이다.

농협의 기형적 지배 구조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에 대한 직접적인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농협은 2012년 신용사업 부문과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한 이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농협중앙회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체제로 개편하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내놨고, 이후 개정안이 통과되며 상호금융을 제외한 금융사업 부문이 금융지주로 모두 이관됐다.

문제는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사실이다. 농협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적용 대상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가 주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며, 동일인은 금융지주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보유한 채 경영에 간섭하는 현재 구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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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농협법이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다양한 규제 조항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농협법에 따라 현재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인 농협금융을 감독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인사 등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를 빌미로 농협중앙회를 정조준, 농협의 현행 지배 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권력 집중이 ‘화’를 부른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의 현 상황이 새마을금고의 기형적 지배 구조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은 연봉만 7억원(51만 달러)에 달하는 절대적 권력자였다. 새마을금고의 전반적인 경영은 물론, 각 금고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도 보유하고 있었다. 50여 명 대의원의 지지를 받을 경우 얼마든지 연임도 가능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었던 셈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중앙회장을 상근직에서 무급여 명예직인 비상근직으로 전환했다. 경영권은 3인의 상근 이사들에게로 넘어갔다. 상근 이사들은 모두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내정됐으며, 대의원회의 결의를 거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회장이 비상근직으로 전환됐음에도 특정 인물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지배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권력을 얻은 3명의 상근이사는 각종 비리 행위를 일삼았고, 이에 중앙회 서열 1~4위에 해당하는 박차훈 전 회장, 류혁 대표,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모두 검찰로부터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업계 비판에 직면한 새마을금고 측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지배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부적으로 과도한 권한 집중에 대한 견제가 미흡했던 만큼, 외부 인력을 통해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업계의 의구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영대표이사는 전무이사와 지도이사의 권한을 이양받고, 여기에 인사·예산·업무집행권을 행사하게 된다. 권력 집중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보다 더 큰 권한을 갖는 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사례는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이 ‘화’를 부른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를 향해 칼을 빼든 가운데, 업계는 추후 정기검사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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