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바다주 화산 분화구에서 세계 최대 규모 ‘리튬 점토층’ 발견, 검증 시 글로벌 배터리 업계 ‘지각변동’ 예상

매장량 최대 4,000만t 규모, 지난해 가치로 환산 시 ‘1조4,800억 달러’ 학계 “중국 주도로 이어온 전 세계 리튬의 역학 관계 뒤바뀔 수도” 다만, 이 지역 통해 위성 측정 보정했던 ‘NASA’는 개발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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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점토층이 발견된 화산 분화구 인근의 태커패스 광산 지역/사진=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미국 네바다주 인근의 화산 분화구에서 세계 최대 리튬 점토층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발견은 폭증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따라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적인 검증에 앞서 지역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리튬 추출에 따른 화산지 주변 토지 훼손을 우려하며 광산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개발 업체와 지역민 간 마찰이 예상된다.

일반적인 리튬 광산보다 리튬 농도 2배나 높아

12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광산기업 리튬 아메리카의 지질학자와 오레곤 주립대학의 연구원 3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미국 네바다주 사화산 칼데라(Caldera) 내부에서 매장량 2,000만~4,000만t 규모의 리튬 점토층을 발견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점과 별개로 칼데라 내부에서 발견된 농축 리튬은 일반적인 리튬 광산보다 농도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칼데라 전체 지역에 매장된 리튬의 경우 평균 농도가 1,000~4,000ppm인 반면, 연구팀이 발견한 리튬 농도는 4,000~8,000ppm에 달하며 최대 9,000ppm까지 검출되기도 했다. 리튬의 농도가 높을수록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효율적이다. 연구팀은 약1,600만년 전 칼데라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리튬 농축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용 탄산리튬의 평균 가격은 톤당 3만7,000달러(약 4,900만원)에 달했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칼데라에 매장된 리튬의 가치는 약 1조4,800억 달러(약 1,96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21년 우리나라 GDP(1조8,110억 달러)와 엇비슷한 규모다.

중국 의존도 높았던 미국엔 대형 호재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에 따라 전 세계 배터리 업계 역학 관계가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벨기에 루벤가톨릭대학교(KU Leuven)의 지질학자 아누크 보르스트는 “연구팀의 추정치가 사실일 경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격, 공급의 안전성, 지정학적 분쟁 등 모든 측면에서 리튬의 역학 관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발견은 미국이 배터리 산업 관련 주요 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국의 리튬 이온 배터리 총수입액은 139억 달러(약 18조4,900억원)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던 2020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배터리를 수입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일찍이 중국은 리튬 광산 개발에 몰두해 왔다. 특히 중국의 대표 리튬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간펑리튬은 자국과 호주의 대형 리튬 광산은 물론 멕시코, 말리, 아르헨티나 등에 위치한 리튬 광산까지 지분을 넓혀가며 독자적인 리튬 공급망을 형성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호황기와 맞물려 간펑리튬의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늘었고, 순이익은 최대 1,000%까지 폭증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그간 공급 차단이나 가격 인상 등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위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두 국가는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설정하고, 공급망 다변화나 자체 개발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가 추진하고 있는 태커 패스 프로젝트/사진=미국 토지관리국

지역 원주민과 환경단체는 개발에 적극 반대

미국도 리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발견지 근처에 위치한 태커 패스(Thacker Pass) 광산에서는 북미 최대 리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8일 태커 패스 광산을 개발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GM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완료될 경우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리튬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배터리용 탄산리튬 310만t으로 연간 8만t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태커 패스와 달리 이번 사화산 지대는 검증을 마치더라도 본격적인 광산 개발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북미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인근 지역의 광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리튬 추출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이 리튬 1톤 당 50만 리터에 달하며, 화산 주변부 흙도 최대 3,000만t까지 파내야 함에 따라 토지를 황폐화시킬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이 지역 원주민 파이우츠 부족은 태커 패스 광산 개발 추진이 시작된 3년 전부터 개발업체와 정부를 상대로 각종 시위를 벌이거나 소송을 제기해 왔다. 아울러 미 항공우주국(NASA)도 지난 6월부터 이 지역의 채굴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장애 요소로 꼽힌다.

NASA 관계자는 “미 우주국은 위성 신호가 지구로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1993년부터 네바다의 레일로드 밸리 호수 바닥을 이용해 왔다”며 “이곳의 평탄한 지형이 채굴 등으로 훼손된다면 지구 궤도를 도는 수백 개의 위성 측정을 보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광산 개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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