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국민 불편은 물론 환경오염까지, 정치권 ‘결단’해야

입법조사처, 정당 현수막 관련 현황과 개선방안 발간 관련 민원 늘고 있으나 현재 대응책으로는 한계 정당 현수막 공해 막으려면 제도개선과 함께 정당 협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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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인천시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 어디에서나 ‘정당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각 정당의 정치적 입장 표명, 선거철 후보 홍보 등에 활용되는 정당 현수막은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행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당 현수막 제한을 없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가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방안을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옥외광고물법 개정 및 관련 가이드라인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해 단속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당 현수막 옥외 광고 규제 넘어서자, 국민 불편 ‘2배’

정당 현수막은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단순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어 정당의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현수막 설치 신고건은 약 630만 건으로 연평균 기준 약 125만 건에 달했다. 그간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옥외광고물에 해당해 그동안 현수막의 수량, 설치 규격 등이 제한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국회는 정당 활동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정당 현수막에 대한 제한 적용을 배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은 현수막의 개수, 규격 등을 특별히 규제하지 않고 현수막의 표시 방법과 기간에 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개정된 법 시행 후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늘었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입법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발생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총 14,197건으로 개정법 시행 이전 3개월 동안 발생한 민원 6,415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정당 현수막에 걸려 넘어진 사례, 현수막의 운전자 시야 방해 사례, 현수막이 걸린 가로등의 전도 및 차량 충돌 사례 등 8건의 사고가 보고되기도 했다.

입법처, 행안부의 정당 현수막 가이드라인 실효성에 의문 제기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쏟아지자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등 지자체는 지난 3월 정당 현수막의 수량과 설치 장소의 제한 등 법 개정 필요 사항을 행안부에 건의했다. 국회에서는 문제상황을 인지한 몇몇 의원이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는 옥외광고물법 일부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 역시 지난 5월 8일부터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내 정당 현수막 설치 금지,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교통 신호기·도로 표지 가림 금지, 보행자 통행 및 운전자 시야 방해 장소에는 2미터 이상의 높이로 정당 현수막 설치, 가로등별 현수막 2개 이하 설치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입법처는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가이드라인은 지자체 조례를 통해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위 법인 옥외광고물법에는 정당 현수막 규제와 관련해 어떤 사항도 정부나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천시는 정당 현수막을 자율적으로 지정 게시대에 걸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로부터 조례 입법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견을 받았다. 또한 조례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단속 기준이 모호한 데다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어 정당 현수막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 일선 지자체의 입장이다.

이에 입법처는 현재 정당 현수막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반적인 법령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수막의 표시 방법과 기간에 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돼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추가하고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위법한 정당 현수막을 단속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현수막 외 옥외광고물에 관한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행법은 정당에서 설치하는 옥외광고물 전반에 관해 허가·신고, 금지·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현재 문제가 되는 현수막 난립 문제가 다른 홍보 수단에도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폐현수막을 활용해 환경정비용 마대를 만들고 있다/사진=성남시

재활용률 낮아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도 일으켜

정당 현수막 난립은 자원 재활용 관점에서도 문제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치러진 다섯 번의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3,985톤에 달한다. 반면 평균 재활용률은 고작 30.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8년 7대 지방선거 이후 지속 감소하는 추세로 2022년 8대 지방선거에 활용된 정당 현수막 약 1,557톤 중 24.8%만이 재활용됐으며 나머지는 소각 처리됐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폐현수막 재활용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나서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4월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 대상 지자체로 22곳을 선정해 기초지자체 1곳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했다. 선정된 지자체는 폐현수막을 모래주머니, 우산, 친환경 가방, 농사용 천막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시멘트 소성용 연료를 제작한다. 성남시도 폐현수막을 사회적 기업에 의뢰해 마대로 제작하게 했다. 마대를 만드는 기업은 소규모 업체로, 취약계층 7명(청각장애 3명, 신체장애 1명, 고령자 3명) 등 직원 8명이 폐현수막을 50리터, 100리터짜리 환경 정비용 마대로 재탄생시킨다. 폐현수막이 자원 재활용뿐만 아니라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 재활용되는 규모는 평균 30.2%로, 이는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44%)보다도 낮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터,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매립해도 잘 썩지 않아 대부분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각 과정에서는 다이옥신, 1급 발암물질, 온실가스 등이 대기로 배출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현수막 1장을 소각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무게를 이산화탄소로 환산 시 6.28㎏에 달한다. 게다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여당과 야당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만큼 현행법의 ‘정당 현수막 무규제’ 아래 정당 현수막도 역대급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의 정치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정당 현수막 공해가 벌써 우려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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