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제도, ‘잘 몰라서’ 못 쓴다?, “출산율 저하 원인 근로자에 떠넘기는 꼴”

출산휴가 제도 ‘잘 몰라서’ 못 쓴다는 정부의 말, 정말일까? 근로자 조사 결과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는 응답 5.7%에 불과 실질적으론 ‘회사 눈치’ 보여 못 쓰는 게 대부분

pabii research

최근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한 인구 위기는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등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연장하고 육아휴직 급여 특례 제도를 마련하는 등 근로자의 자녀·가족돌봄 제도를 다수 마련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에 대한 인지율은 지원 제도의 완결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9일 ‘사업주·근로자의 모·부성보호제도 인지율 제고 입법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저출생 동향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자녀·가족돌봄 지원 제도의 완결성이 갖춰지고 있는 반면 제도와 관련된 인지율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즉 제도를 ‘잘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출산휴가제도에 대한 인식

2021년 고용노동부의 ‘일·가정양립 실태에 관한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출산전후휴가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업체 비율은 58.1%이었다. 이외 ‘잘 모른다’라는 답변은 6.6%에 이르렀다. 특히 배우자 출산휴가제도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은 18.7%,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은 15.2%로 조사됐다. 난임치료휴가제도의 경우엔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이 24.2%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을 것이라 생각되는 육아휴직제도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답변이 13.5%에 달했다.

가족돌봄제도 등에 대한 사업체의 인지도는 기업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100인 이상 기업에선 출산전후휴가제도 및 배우자 출산휴가제도 등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이 0%로 수렴됐다. 기업체의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자의 출산·육아제도 등에 대한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다만 대기업에서도 난임치료휴가제도, 가족돌봄휴직제도 등에 대해선 ‘모른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해선 100인 이상 기업의 29.2%가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다.

‘근로기준법’ 제74조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제도를 사용하도록 강행법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사업장에서의 제도 인식 및 사용률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점차 낮아졌다.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출산휴가제도 ‘설명’ 의무적으로 해야

해외의 경우 육아휴직 제도 활용을 적극 독려함으로써 저출산 문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미국 뉴욕주의 경우 지난 2017년 ‘유급가족휴가법'(Paid Family Leave Act)를 제정했다. 출산, 입양, 위중한 건강 상태에 있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근로자에게 12주간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는 게 법률의 골자다. 해당 법률을 통해 지난 6개월간 주당 20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라면 급여의 67%를 받으며 자녀 등 가족을 돌볼 수 있다.

특히 뉴욕주의 ‘유급가족휴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유급가족휴가제도’에 대해 알릴 의무가 있다. 또 유급휴가제도 사용에 있어 근로자의 권리 및 의무에 대한 내용, 불이익 등에 대한 청구권 등 내용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우리나라처럼 ‘잘 몰라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 위해 법적 조처를 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육아휴직, 간병휴직 등 가족의 간병을 하는 노동자 복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 또는 그의 배우자가 임신하거나 출산한 사실을 알릴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알리고 육아휴직신청 등에 대한 근로자의 의향을 확인하기 위한 면담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법률엔 사업주는 육아휴직 및 간병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대우, 휴직 후 임금, 배치, 그 외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을 근로자에게 미리 주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입법처는 우리나라 또한 이 같은 내용을 법률에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선 ‘근로기준법’ 개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은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명시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은 임금, 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이 명시 대상이다. 국회는 여기에 별도의 호를 신설해 육아휴직제도 등을 사업주가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에게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입법처는 근로계약 단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모 부·성보호제도 및 가족돌봄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제도 사용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 향후 분쟁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pexels

연구 결과 현실성 떨어져, “잘 몰라서 못 쓰는 게 몇이나 되겠나”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잘 몰라서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2019년 서울시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가 직장인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휴직 등 고충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이들 중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라고 답한 이들은 5.7%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건 다름 아닌 ‘회사 눈치'(30.3%)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800명 중 20.5%가 ‘육아휴직 후 기존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의 재배치’ 차별을 받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업주가 정기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서면으로 권고하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지 모니터링도 실시하겠다는 건데, 그다지 의미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니터링을 열심히 실시한다 한들, 제도를 열심히 홍보한다 한들 사업체에 이익이 없으면 기업은 육아휴직을 철저히 백안시할 것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0.98명)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해마다 바닥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엔 나라의 존망이 걸렸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아직도 출산과 육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근로자들이 잘 몰라서 제도를 못 쓰는 것”이라며 문제를 근로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가히 ‘무능’이라 할 만하다. 정부의 무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으로 바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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