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발전 입찰 제도 시행, 석유화학 공장 ‘수소 찌꺼기’부터 재활용한다

수소발전 시장에 ‘가격입찰제도’ 도입, 경쟁 활성화·가격 인하 유도 기존 전원·RPS와 수소발전 시장 분리, 소규모 사업자 진입 장벽 낮춘다 공급 원활한 그레이 수소부터 입찰 시작, 기업 참여 독려할 유인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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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정부가 세계 최초 ‘수소발전 전용 입찰 시장’을 개설한다. 수소발전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발전 단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수소발전 입찰 계획’을 공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전력 입찰 구조를 수소 시장에 적용,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에 묶여 있던 수소에너지 시장을 분리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입찰은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수급할 수 있는 ‘일반수소(그레이 수소)’ 분야부터 시작된다. 공정 속 찌꺼기에 그치던 그레이 수소가 입찰을 거쳐 에너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수소발전 시장 ‘경쟁 입찰’ 도입

수소발전 입찰 시장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제도로, ‘수소법 제25조의 6’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급자인 수소발전 사업자는 구매량에 대한 경쟁입찰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구매자인 한국전력과 구역전기사업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고려해 산업부가 고시한 바에 따라 수소발전량을 구매해야 한다.

산업부는 △수소 에너지 발전 시 태양광, 풍력과 달리 연료비가 소요된다는 점 △수소터빈·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별도의 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발전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에 묶여 공급·판매돼 왔다.

올해 열리는 입찰 시장은 제도 도입 첫해라는 점을 고려, 상·하반기 각 1회씩 ‘일반수소’ 분야에 한해 개설된다. 입찰 물량은 올해 입찰 물량(1,300GWh)의 50%인 650GWh다. 최종 낙찰자는 발전단가인 가격 지표와 전력 계통 영향,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를 종합 평가해 오는 8월 중순에 선정할 계획이다.

전력 ‘가격입찰제도(PBP)’란?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비용기반전력시장(CBP)에서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소별 연료비 및 고정비용을 바탕으로 비용평가를 실시하고, 이 비용을 근거로 급전 순위를 매월 작성해 전력수요에 따라 정해진 순위에 맞춰 발전소를 가동한다. 이때 매시간별로 운전 중인 가장 비싼 발전소의 비용이 계통한계가격(SMP,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가격)이 된다. 하지만 시장에 가격입찰제도(PBP)가 도입될 경우 발전사가 입찰한 가격이 급전 순위와 SMP를 결정하는 우선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지금껏 재생에너지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통해 매년 일정한 용량의 장기계약 물량을 확보해 왔다. 이 같은 형태의 시장에 입찰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도매 전력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이 해소되고, 관련 분야 경쟁이 활성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석탄·LNG·원자력 등 기존 전원과 분리된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에너지 가격을 전원별 특성에 맞춰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석유화학 공정 ‘그레이 수소’ 활용부터

수소에너지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나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생산한 ‘그레이 수소’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해 그레이 수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정한 ‘블루 수소’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수소발전 입찰 시장은 일반수소와 청정수소로 구분되어 개설된다.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화석연료 기반의 추출·부생수소를 사용하는 발전기가, ‘청정수소 발전시장’은 블루나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발전기가 진입할 수 있다. 정부는 먼저 공급이 활발한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을 통해 제도를 활성화하고,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가 완비된 이후 본격적으로 입찰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입찰이 시작되는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그레이 수소의 무대다. 그레이 수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은 자동차, 건설, 전자, 섬유, 생활용품을 비롯해 페인트, 화장품, 세제 등 인간의 의식주 생활에 필수적인 소재를 공급하는 거대 산업이다. 관련 산업 자체가 거대한 만큼, 에너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그레이 수소의 양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관련 기업이 수소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체 자금’으로 관련 공정을 마련할지다. 무의미한 부산물이었던 그레이 수소를 정부가 제공하는 입찰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석유화학 기업에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의 관련 인프라 확보를 지원하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면 시장이 한층 빠른 속도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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