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2030·고학력자’ 중심으로 늘어난 여성 고용, 증가 추세 이어질까

팬데믹 경기침체기 이후 ‘여성’ 중심으로 회복 중인 고용시장 특히 20~30대, 고학력, 기혼 여성의 고용률 두드러져 디지털 전환에 따른 추세적인 현상, 향후 인구 변화에 긍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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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기에 크게 악화됐던 여성 고용이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로조건이 확산되면서 20~30대와 고학력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정적 충격 완화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팬데믹 이후 남성보다 여성 고용률 상승 폭 더 높아

일반적인 경기침체기와 달리 팬데믹 경기침체기에는 여성 고용이 더 크게 악화되는 쉬세션(she-cession, she+recession)이 발생했다. 쉬세션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당시 미국 여성정책연구소의 니콜 메이슨 회장이 여성의 대량 실직 현상을 두고 일컬었던 말이다.

특히 팬데믹 당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면서비스업 등 여성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 감소했다. 또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학교와 어린이집이 일부 폐쇄됨에 따라 육아부담이 큰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도 상당 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팬데믹 침체 이후 노동시장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여성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는 쉬커버리(she-covery, she+recover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0~2021년 두 해 동안 남성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여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남성 취업자 수 증가세를 추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대비 남성 고용률은 0.3%p 상승에 그친 반면, 여성 고용률은 1.8%p 상승했다.

출처=한국은행

나이, 학력, 혼인 유무에 따른 차별화

쉬커버리 현상은 나이, 학력, 혼인 유무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령별로는 20~30대 젊은 여성이 노동시장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20대와 30대 여성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각각 4.1%p, 4.4%p 상승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젊은 층 위주로 고용회복 현상이 나타난 반면, 남성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상승하고 20~30대 고용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학력별로는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했다. 저학력 여성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고학력 여성은 팬데믹 이전 대비 2.5%p 상승했다. 이 또한 고학력 고용률이 오히려 하락한 남성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기혼 여성이 미혼 여성에 비해 빠르게 회복된 점도 눈에 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에는 보육시설 폐쇄 등으로 육아부담 가능성이 높은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이 크게 축소됐으나, 이후 방역 대책이 완화되면서 기혼 여성의 고용이 미혼보다 더 빠르게 회복했다. 자녀수별로도 1명의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이 2명 또는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보다 고용률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한국은행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주요인, 향후 추세는?

20~30대,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남성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환경이 이같은 변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일하던 비대면 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에서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돌봄·사회복지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해 보건복지업 일자리도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20~30대 여성의 취업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걸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진 근로조건과 사회적 통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산은 기혼 여성이 일과 가사·양육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성이 손쉽게 육아 분담에 참여하는 맞돌봄 문화가 확산된 점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앞으로도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혼 및 늦은 결혼의 증가, 출산율 하락, 여성 교육수준 상승, 유연근무제 확산 등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성 중심의 취업자 수 증가가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론 잠재성장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양적, 질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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