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중단’ 첫날 우리 증시 급등, 외국인 순매수 이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금 이탈할 듯

pabii research
공매도 금지 이후 첫 거래일, 코스피 2,500선 단숨에 돌파
단기적으로는 증시 상승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위축될 듯
과거 연구들 찾아봐도 공매도 금지의 순기능 찾기 어려워

공매도를 전면 중단한 첫날 우리 증시가 크게 들썩였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 주가 상승폭은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그간 공매도에 시달렸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주들도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급등세를 외국인들의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의 합리적인 원인을 찾긴 힘든 만큼, 우리 증시에 신뢰가 하락한 외국인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대 최대 상승 폭으로 급등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마감하며 단숨에 2,500선을 뚫었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57.40포인트(7.34%) 급등한 839.4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 폭은 역대 최대였다.

이와 함께 그간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던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에코프로(+29.98%), 에코프로비엠(+30.00%), 포스코퓨처엠(+29.93%)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SK이노베이션(+13.42%) 등도 급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1거래일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바 있다.

이같은 급등세는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시장이 크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6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며 기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등 총 350개 구성 종목을 포함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까지 전 종목의 신규 공매도 진입을 막았다. 이에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쇼트커버링이 대거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즉 공매도 제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향후 우리 증시에서 하방 압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해 관련 주식들을 일제히 사들인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1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702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증시 급등세는 금융당국의 기습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기형적 거품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은 외국인들의 공매도 포지션이 쌓인 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순 있으나, 해당 재료가 모두 소진된 후에는 다시금 펀더멘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6일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실수(mistake)”라며 “이런 바보 같은 짓(foolish things)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 증시 이탈 가능성↑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한시적으로 시행됐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이던 지난 2020년 3월의 경우 당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대만·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들이 공매도를 금지했고, 미국도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었다. 즉 과거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 시기는 거시 경제 변수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당시 글로벌 투자자들 또한 우리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의 배경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의 명분으로 ‘최근 널뛰기하고 있는 증시의 안정화’를 내세웠다. 이에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긴축 통화 기조가 완화되면서 최근 국내 증시 분위기가 안정화되고 다시금 활기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의 이같은 갑작스런 공매도 전면 금지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내년 4월에 총선을 앞둔 여권의 압박에 굴복한 금융당국이 결국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경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공매도 전면 중단이 결국 우리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제대로 된 경제적 근거 없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금융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스스로 떨어뜨렸고, 이를 인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이탈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우)이 이복현 금감원장(좌)과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프리핑실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과거 ‘공매도 한시적 금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

우리나라의 과거 공매도 금지 사례를 살펴봐도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가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증시 안정화’ 명분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인해 초래된 급격한 증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여타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오랫동안 공매도를 규제해 왔으나, 해당 조처가 주식가격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고 되레 공매도 금지로 인해 시장 조성자의 유동성 공급 역할을 제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공매도 금지는 주가의 하방 압력을 부자연스럽게 제한함으로써 주식의 공정가격 형성을 막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한 지난 9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됐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도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을 저해하고 시장거래도 위축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보고서에선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상위 20% 종목이 하위 80%보다 전반적으로 가격효율성과 유동성이 높고 변동성은 작았으나, 공매도 금지 이후에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줄거나 되레 역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나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다른 종목보다 변동성과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가 모두 증가했으며, 공매도 금지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의 변동성과 극단적 마이너스 수익률 발생 빈도도 상당 수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매도 제한이 주가의 과대평가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안정된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과도 다소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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