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못 면하는 토종 OTT들, 넷플릭스 따라 ‘계정 공유 금지’ 길 걷나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사용자 수 500만 명 넘어섰다 ‘계정 공유 금지’ 조치도 성공적, 신규 가입자 수 4년 반 내 역대 최대치 토종 OTT까지 ‘계정 공유 금지’ 퍼질까, ‘누누티비’ 극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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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지난해 말부터 새로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의 전 세계 사용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수익 개선을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 소비자들에게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넷플릭스는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월 추가 요금 7.99달러(한화 약 1만5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아니면 새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계정 공유 금지 방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자 중 약 43%에 달하는 1억 개 이상의 계정이 공유 계정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금지’ 이후에도 신규 가입자 수 늘어

9일(현지 시각) 미국 스트리밍 시장 조사 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계정 공유 금지’ 조치 이후 넷플릭스의 하루 신규 가입자 수가 2배로 늘었다. 특히 계정 공유 금지 방침을 공지한 지난달 23일 이후 나흘간 일일 신규 가입자 수는 최근 4년 반 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엔 같이 사는 가족 외 타인과도 계정을 공유해 함께 사용할 수 있었으나, 금지 방침으로 인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어서라도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넷플릭스에 의하면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국에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는 출시 6개월 만에 전 세계 월 사용자가 500만 명에 달한다. 출시 당시 ‘광고로 인한 불편함이 큰 만큼 이용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망이 나왔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15~30초가량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기존의 가장 낮은 요금제(월 9500원)보다도 부담액을 40% 정도 낮춘 덕에 비판을 극복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단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내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별다른 수익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경영난에 회사 매각을 돌파구로 찾고 있던 토종 OTT ‘왓챠’는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던 LG유플러스가 인수 검토를 포기하며 매각조차 어려워졌다. OTT 시장이 가입자 증가세 둔화 등 정체기에 빠지며 사실상 넷플릭스로 모든 소비자가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영업손실 늘어만 가는 토종 OTT들

티빙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19억원이다. 전년 762억원 대비 56.3%나 급증한 수치다. 당초 국내 2위였던 웨이브는 올해 들어 월 사용자 수가 300만 명대까지 떨어지며 4위로 밀려났다. 웨이브는 지난해 손실액만 1,214억원으로, 이는 전년 558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왓챠는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왓챠의 영업손실은 2020년 155억원에서 지난해 55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인데, 그나마 희망을 걸어오던 LG유플러스가 인수 논의를 중단하며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의 빛마저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국내 OTT 또한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한 시장조사업체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으로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는 당시 스페인에 유료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넷플릭스의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 도입 이후 이용자 수가의 증가세가 확인된 만큼 국내 OTT도 넷플릭스와 같은 자구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는 아직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멤버십 사업을 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토종 OTT는 국내 구독자만을 주 소비자로 삼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넷플릭스

“구독료 저렴해도 광고는 보기 싫어”

실제로 주 이용자들은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다. 데이터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OTT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구독료가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광고를 보고 싶지는 않다’고 응답했다. ‘구독료가 저렴하다면 광고를 봐도 좋다’고 응답한 이들은 25.5%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토종 OTT에까지 계정 공유 금지 조치가 퍼질 경우 ‘누누티비’와 같은 해적 사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해적 사이트를 통해 영상을 시청할 경우 별다른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데다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전 세계 모든 OTT의 서비스를 누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등으로 OTT 플랫폼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수익성 개선을 위해 왓챠 등 토종 OTT 또한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용자들의 반발이 큰 만큼 실제 도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4년 연속 자본잠식에 빠진 왓챠의 경우 신규 유입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충성 고객의 이탈만큼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적인 안착이 국내 토종 OTT들 사이에 어떤 모티베이션을 일으키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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