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은둔 청년’ 해결부터 먼저 초점 맞춰야

국내 은둔 청년 24만 명, 사회부적응자 시선에 대외 접촉 차단 후 인터넷 세상에만 거주 일본 히키코모리 146만 명, 50대 장년층에서도 나타나, 80대 부모가 자녀 부양 국내에도 문제 확산 중, 재택근무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역할 할 수 있는 길 찾아야

pabii research

국무조정실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중 약 2.4% (약 24만4천명)이 속칭 ‘은둔 청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내각부도 지난 3월에 ‘아동 및 청년층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서 만15~69세 일본인 중 무려 146만 명이 일본형 ‘은둔 청년’인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저출산 대책에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출산한 여성이 양육을 포기하고 아동을 살해한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출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양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산율 높여놔도 ‘은둔 청년’되면 의미 없다

지난 2020년 광주광역시 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의 46%가 24세 이하 청년기에 처음 은둔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은둔 성향이 내재돼 있다가 발현되는 만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정책연구실장은 “청소년기의 은둔 성향이 학교 졸업 이후 취업, 진학이 막히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고교 졸업 후 재수를 핑게로 방에 틀어박혀 입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다가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같은 문제를 이미 수십 년째 겪고 있는 일본 사회는 ‘히키코모리’ 조사 연령대를 장년층과 노년층으로 확대했다. 한국이 15~34세의 청년으로 국한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이미 1980년대부터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조사에 적극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주목받았던 80~90년대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이지메(왕따) 등의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것이 보편적인 형태였으나, 장기간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연금수령세대인 부모(80대)가 중장년층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50대)를 부양하는 이른바 ‘8050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인터넷이 확산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은둔 청년 문제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에는 40대 청년 중 은둔 청년도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은둔 청년들 사회 부적응에 따른 사회문제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 문제 대응을 위해 2018년부터 전국 47개 지자체 및 20개 정령지정도시에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어 지난 2022년에는 기초자치단체까지 지역지원센터를 확충해 상담 지원, 거주 공간 제공, 네트워크 형성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히키코모리 지원 스테이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회생활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탓에 취업 지원, 병원 치료 등을 권유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사회 적응을 위해 거주 공간 제공,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보다 구체화된 지원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는 일본의 ‘8050문제’가 이제 ‘9060문제’로 바뀌고 있는 점, 국내에도 34세 이상 중년층에서 은둔 청년 조사가 누락된 점 등을 지적하며, 한국에도 7040문제, 혹은 8050문제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지난 2022년 4월 설립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유일한 데다, 기관 지원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제외되는 상황인 탓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인구 문제는 저출산 회복만 있는 것 아냐, 양육에도 초점 맞춰야

인구 전문가들은 가임기 여성 1인당 0.78명으로 떨어진 저출산에만 초점을 맞춘 인구 문제 해결 방안이 미흡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최근 출산한 여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자녀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 혹은 쓰레기장에 버린 사건 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단순히 출생률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양육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은둔 청년, 혹은 은둔 중년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최근 사회 구조를 감안해 일본처럼 거주 공간 제공,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지원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기간 사회 부적응으로 인해 사회적 생산성을 낮추고 노령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다, 출산율을 낮추는 복합적인 문제가 이미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로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업무 문화가 바뀌는 것이 히키코모리 문제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실례로 지난 2018년 ‘메차코마’라는 동경의 IT 기업 사토 게이 대표는 사원 10명 전원을 히키코모리들로 구성했다. 당시 사토 대표는 히키코모리였던 사촌 동생이 의사소통은 잘 못해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을 보고 재택근무 방식으로 회사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IT 엔지니어들은 굳이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도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오히려 히키코모리의 세심함과 성실성이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업무라는 것이다.

사토 대표는 “히키코모리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전문가들 역시 히키코모리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 메차코마 사례처럼 히키코모리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업무 환경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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