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중국 특수 사라진 시대, 한국의 해법은?

작년부터 중국 특수 끝, 중국 경상수지 적자 77억8천만 달러 이창용 한은 총재, 향후 10년간 중국 특수 이후 시대 준비해야 전문가들, 일본 1990년대처럼 기술력 갖춘 기업들 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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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작년 대(對)중국 경상수지 적자는 77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경상수지는 지난 2001년 7억6천만 달러의 반짝 적자 이후21년간 연간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적자의 원인은 반도체를 포함한 기계·정밀기기, 석유제품 중심으로 수출은 줄어든 반면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며 상품수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적자는 무려 100억6천만 달러였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전체 대중 반도체 수출은 흑자였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연간으로 감소세를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도체 착시’ 사라진 시대 대비해야

지난달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국회에 출석해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10년간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태라고 보고 경쟁력을 강화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이 사라진 지금, 대중 무역관계가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그간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파는 협업관계였지만 중국이 중간재를 포함한 자국 산업을 육성하며 경쟁관계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 들어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매년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효자 상품이었던 반도체 수출도 미-중 갈등과 전 세계적인 ‘탈중국’ 현상이 심화되면서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력 반도체 수출 상품이었던 메모리 칩 수출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제한된 데다, 중국은 자체 생존을 위해 전력반도체 생산에 나섰다. 당장은 기술 격차가 크게 나지만 미-중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결국에는 시장이 분리돼 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수출 시장 다변화는 긍정적인 상황,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한국 경제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대미, 대일, 대유럽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미 경상수지는 677억9천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자동차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에서만 563억8천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대일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177억8천만 달러로 2021년 대비 20%가량 줄었으며, 대유럽 경상수지는 70억4천만 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2012년 15억1천만 달러 흑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시장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해석한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관점으로 그간 준비했던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때라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말 요소수 대란이 있었던 이후 요소 생산 설비 중 일부를 국산화하고, 대체 물질을 상용화하거나 주변국과의 공조로 일본 등지에서 수입하는 방식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에 의존해 왔던 여러 상품들을 국산화하거나,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타국에서 수입해오는 방식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에 이미 경험치가 쌓인 만큼, 탈중국 현상이 심해지더라도 국내 경제 시스템에 요소수 대란 때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중 무역관계 방정식은 미-중 분쟁의 함수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관점이 아닌, 과거 1990년대 초 일본이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보다 상품 고도화에 힘썼던 것과 유사한 전략을 취할 것을 주문한다. 중국에 추격당했거나, 추격당할 위기에 놓인 제품에 무리한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한국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기술력 고도화를 통해 한국식 특화된 전문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추격에 적응하면서 수출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선순환을 유지했으나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선순환이 약화됐다. 경공업 산업을 한국 등지로 이전하는 동시에 소재, 부품, 기계 등을 수출하는 선순환을 유지했으나 일반기계, 전기기계, 수송기계, 소재산업 등이 1990년대에 이미 정점에 도달한 데다, 새로운 수출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패턴이 제조업에서는 한계에 직면한 탓에 전반적으로 기계류의 수출 비중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결국 일본 기업들은 타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운 자사 고유의 역량에 기초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기술 특허 및 정보 보안 체제를 강화해 신흥국의 추격을 억제했다. 덕분에 전 세계 1위 디지털 펜 기기를 공급하는 와콤(WACOM)을 비롯해 배터리 소재 기업, 불소제련 기술 기업 등 한국에 없는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생겨났다. 한국 특수가 사라진 일본이 1990년대부터 국가 수출 전략을 바꿨듯 한국도 2020년대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 맞춰 독점적인 역량을 갖춘 분야에서 전 세계 선두 업체들을 키워 내야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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