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재판 중이라도 가해자에 ‘전자발찌’ 채울 수 있다

스토킹 범죄 ‘반의사 불벌죄 폐지’ 국회 본회의 통과 스토킹 행위 유형에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로 추가돼 일각선 부작용 우려도, 지속적 논의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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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엔 법원이 재판 중이라도 필요에 따라 가해자에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채울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 ‘전원 찬성’으로 의결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246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최근 스토킹 범죄는 살인 등 흉악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엔 스토킹으로 말미암은 ‘신당역 살인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게 한 범죄) 폐지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건 신당역 살인 사건과 같은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 탓에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피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추가 범죄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번 반의사 불벌죄 폐지 덕에 앞으로는 이 같은 문제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해자의 합의 의사 여부를 차치하고 무조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스토킹 행위 유형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개인정보, 개인위치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는 행위 등 포함 ▲동거인·가족에게도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등 적용 가능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법안엔 법원이 피해자 보호와 원활한 재판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판결 전이라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잠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피해자가 재판 중 당할 수 있는 추가 가해 우려에 대응하는 조치다. 부착 명령을 받은 가해자가 임의로 전자발찌를 분리·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당역 살인 사건 가해자/사진=서울경찰청

오용 소지 많은 스토킹 法, 명확한 기준 마련 필요할 듯

다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이전부터 오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법안 중 하나다. 해당 법안은 층간소음 갈등, 채무 문제에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층간소음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속적인 소음에 못 이겨 층간소음 가해자에게 여러 번 전화하거나 가해자의 자택을 여러 번 찾아간 경우 가해자가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채무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여러 번 연락해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면 채무자가 오히려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물론 상술한 사유들은 법령에 나와 있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돼 예외적으로 판결될 가능성이 높다. ‘스토킹 행위’란 상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가 사실상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선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월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범죄 피해에 대한 합의 시도는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단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광주지법 형사8단독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징역 10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죄로 약식기소된 상황에서 피해자 B씨의 의사에 반해 10차례에 걸쳐 합의를 시도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스토킹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으나, 일각에선 적극적인 합의 시도를 스토킹 범죄로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면 합의 시도 자체가 스토킹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긍정적 면모도 있지만, 고도의 논의 이어져야

법안에 긍정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법안을 통해 개인정보를 특정해 다수에게 유포·게시 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온라인 스토킹 행위가 처음으로 법에 명문화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스토킹 피해자는 접근금지 등 피해방지조치를 요청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거나 온라인으로 사생활을 캐내 글 또는 사진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시킨 경우 등에만 스토킹 행위로 판단했다.

반면 개정안은 ‘개인정보, 개인위치정보, 신용정보, 이들을 합성·가공해 대상을 식별가능하게 한 정보 등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게시하는 행위’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 등으로 사칭하는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즉 ‘N번방 사건’, ‘지인능욕사건’, ‘온라인 좌표 찍기’ 등도 스토킹 행위 처벌 범위 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많은 피해자들을 구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스토킹 같지 않은 스토킹 피해’의 발생 가능성이 온라인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이 정한 ‘스토킹 기준’은 다소 모호한 탓에 ‘가해자’란 이름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단순한 처벌 수위 높이기로 끝낼 문제가 아닌 고도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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