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호] 주요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방지 입법례 ② 유럽

영국, 새로운 국가안보법 제정 추진 통해 자국 이익 보호 강화 유럽연합, 영업비밀 보호 위한 단일 법적 기반 마련 독일·프랑스, EU 지침 아래 형사 조치 포함한 영업비밀보호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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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도서관

최근 해외 주요국에서는 자국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 중국인이 미 항공우주 기술을 유출하다 적발됐을 당시 미연방법원은 징역 20년을 선고한 바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심각성을 반영한 판결”이라며 미연방법원의 판결을 지지하기도 했다. 대만도 지난해 5월부터 핵심 기술 유출에 경제 간첩죄를 적용하기로 했고 일본 역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해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모 기업 간부 출신 A씨가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도서관은 20일 ‘주요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방지 입법례’를 발간하고 우리나라 산업기술 보호 관련 법령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입법례를 제시했다.

영국의 국가안보법(안)

1911년 제정된 영국의 ‘공적비밀엄수법(Official Secrets Act 1911)’은 국익의 안전을 침해하는 스파이 행위를 범죄행위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적국에 유용한 정보를 취득 또는 공개하는 행위만 금지 대상 행위로 정하다 보니 외국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었다. 이에 2015년 영국 내각부 법률위원회는 공적비밀엄수법을 대체할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Bill)’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파이 행위에 따른 광범위한 위협과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해당 국가안보법(안)은 지난해 5월 발의돼 현재 제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국가안보법(안)은 △보호 대상 정보를 취득 또는 공개하는 범죄(이하 보호 정보 취득죄) △영업비밀을 취득 또는 공개하는 범죄(이하 영업비밀 취득죄) △외국정보기관을 지원하는 범죄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보호 정보 취득죄는 방위정보, 정보기관 직무 등 영국 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유출한 경우 적용한다. 보호 대상 정보란 영국의 안전이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제한할 필요가 있거나 이러한 접근제한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정보로, 보호 정보 취득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외국을 위해 또는 외국에 이익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고 자신의 행위가 영국의 안전이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다른 사안을 고려할 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국가안보법(안)은 보호 대상 정보 취득범을 종신형과 무제한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영업비밀 취득죄 역시 행위자가 외국을 위하거나 외국에 이익을 제공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때 성립한다. 그러나 보호 정보 취득죄와 달리 행위자의 정보 취득 행위가 영업비밀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 행위라는 사실과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무단 행위라는 것을 알았거나 다른 사안을 고려할 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만 영업비밀 취득죄가 성립한다. 국가안보법(안)은 영업비밀 정보 취득범을 14년의 징역형과 무제한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안보법(안)에도 미국의 경제스파이법과 마찬가지로 ‘법률의 역외적용’ 규정이 있다. 즉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영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영국 외에서 발생해도 침해자에게 보호 정보 취득죄와 영업비밀 취득죄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영국 외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경우에는 침해행위가 발생한 영업비밀을 영국 국적의 개인이나 법인이 점유·지배하고 있어야만 국가안보법(안)을 적용할 수 있다.

EU, 영업비밀보호지침

유럽연합(EU)은 2016년 ‘영업비밀보호지침’을 제정해 EU 내에 동일한 영업비밀보호 제도를 갖추고자 했다. 이후 독일, 프랑스 등 회원국들이 EU 영업비밀보호지침에 맞게 자국의 영업비밀보호법령을 제·개정하면서 각국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EU의 영업비밀보호지침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민사적 구제 방법만 정하고 있어 형사 처벌 관련 사항은 각 EU 회원국이 별도로 정해야 했다.

영업비밀보호지침에 따르면 영업비밀 보유자가 소유하고 있는 문서, 물건, 자료, 내용, 전자파일 중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거나 영업비밀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을 무단으로 접근, 도용, 복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아울러 선량한 상업적 관행에 반하는 행위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동의 없이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영업비밀 유지계약, 영업비밀 사용을 제한하는 계약상 의무 또는 그 밖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불법으로 영업비밀을 사용 또는 공개한 제3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영업비밀 △영업비밀 침해 물품을 수입, 수출, 보관하는 자가 그 영업비밀이 위법하게 사용된 것임을 정황상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불법행위가 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민사적 구제 방안도 적시했다. 일례로 영업비밀 피침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잠정적·예방적 압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압류명령은 영업비밀의 불법 취득·사용·공개를 인정한 판결이 있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의 신청이 있을 때 가능하다. 또한 △영업비밀의 사용·공개 금지 △영업비밀 침해상품의 생산·제공·판매·사용 금지 또는 영업비밀 침해상품의 수입·수출·보관 금지 △영업비밀 침해 의심 물품이 역내 시장에 유입·유통되지 못하도록 하고자 할 때도 잠정적·예방적 압류를 명할 수 있다. 더불어 각 EU 회원국 법원은 영업비밀 보유자의 신청이 있으면 영업비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데, 배상액에는 영업비밀 보유자가 입은 비경제적 피해에 관한 요소들도 포함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의 영업비밀보호법

독일은 2019년, 프랑스는 2018년에 영업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영업비밀보호법은 EU의 영업비밀보호지침을 국내법으로 수용해 따르고 있다. 다만 지침에 없는 손해배상액 및 보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을 새로 포함했다. 독일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배상액에 침해자가 법률 위반으로 얻은 이익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액은 침해자가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공개를 위해 동의를 얻었어야 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영업비밀 보유자는 영업비밀 침해자에게 비경제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금도 청구할 수 있다.

프랑스는 손해배상과 별도로 △기회의 손실을 포함해 정당한 소유자가 입은 이익의 손실 및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부정적인 경제적 결과에 대한 보상 △정당한 소유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영업비밀 침해자가 얻은 이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자가 영업비밀 소유자의 허락하에 영업비밀을 사용했을 때 소유자가 얻었어야 할 이익을 고려해 산정한 일시금을 손해배상금으로 판결할 수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은 EU 영업비밀보호지침에는 없는 형사적 조치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독일은 외국에서 사용하려는 의도가 없는 영업비밀 침해범에게 최대 2년에서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영업비밀 공개 시 외국에서 영업비밀이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했거나 영업비밀이 외국에서 사용된 경우에는 최대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영업비밀 누설범에게는 형법 제203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가 타인의 비밀이나 영업비밀을 상업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형법 제204조에 따라 최대 2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영업비밀보호법 제정 전까지는 제조공정 정보 누설, 내부자 거래, 외국에 기업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만 형사 처벌했으나 영업비밀보호법 제정에 따라 영업비밀 준수의무를 위반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영업비밀 준수의무 위반죄는 영업비밀을 공개 또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자, 소유자 동의 없이 영업비밀을 획득한 자가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성립되며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또한 영업비밀 준수의무를 위반해 제품의 생산·제공·출시·수입·수출·보관에 있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거나 이러한 행위를 한 자가 영업비밀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도 성립한다. 영업비밀보호법은 영업비밀 준수의무 위반에 대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7만5,000유로(약 5억3,551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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