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 11곳 지정, 사실상 ‘폐교’ 필요하단 목소리도

재정지원가능대학 283곳 선정, 지원 제한 대학은 11곳 제 기능 못하는 대학들 ‘억지로’ 눌러놓는 정부 폐교도 필요해, 방치 시 피해보는 건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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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4학년도에 적용되는 정부 재정지원가능대학을 총 283곳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대학 11곳은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실시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는 지난해 실시된 2023학년도 제한 대학 평가와 동일하게 ‘고등교육법’ 제2조 제1, 2, 4호(일반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를 대상으로 주요 정량 지표를 활용해 지표별 최소기준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로 실시됐다. 다만 학령인구 급감 영향을 고려해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 2개 지표는 하위 7% 대학까지만 지표를 미충족한 것으로 보는 조정기준이 적용됐다.

이번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결과 총 11곳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장학금Ⅱ유형 및 일반 학자금대출 지원 50%를 제한받는 대학이 5곳(일반대학 3곳·전문대학 2곳), Ⅱ유형 및 일반·취업후상환 학자금대출 지원 100%를 제한받는 대학이 6곳(일반대학 3곳·전문대학 3곳)이다. 이번 조치는 2024학년도 1년 동안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202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했던 21곳 중 10곳은 2024학년도부터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해제됐다. 해당 대학들에 대해선 2024학년도 신규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허용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에 대한 제한이 해제된다. 단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미참여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제한은 유지된다.

이해숙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장은 “2024학년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이번에 발표된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가능대학 명단 등을 확인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의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 제한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경주대학교 전경/사진=경주대학교

재정지원제한대학, 사실상 ‘폐교 직전’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은 △경주대 △대구예대 △서울기독대 △웅지세무대 △장안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화성의과학대 △고구려대 △광양보건대 △영남외국어대 등이다. 이들 대학 중 7개 대학은 총 28건의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나 교육부 등은 이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은 사실상 폐교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 예시로 경주대학교의 경우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신입생 전원에게 4년간 매년 300만원의 장학금을 내걸었음에도 평균 경쟁률은 0.3대1에 그쳤다. 재학생도 4,300명(2009년 기준)에서 750명(2021년 기준)으로 급감했다. 충원율 또한 15%에 불과했다. 경주대의 교직원들은 지난 2021년 대학 재단을 상대로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전해진 바에 따르면 밀린 월급은 25개월 치, 총 50억원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이 해제되는 곳은 극동대·서울한영대·한국침례신학대 등 일반대 3곳, 동의과학대·수원과학대·신안산대·전주기전대·창원문성대·강원관광대·김포대 등 전문대 7곳 등이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신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신·편입생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신청도 가능해진다.

제 기능 잃은 사립대 적지 않아

재정지원제한대학, 즉 부실대학으로 지정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한 사립대는 결코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선 대학 폐교 결정 및 폐교 후 행정 절차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현재 대학이 자발적으로 폐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과 사립대 정리 후 남은 재산이 주인을 찾지 못하면 국고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대학가는 사학법인이 자발적으로 대학 경영 위기를 인정하고 학교를 다른 공익 목적의 시설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대학 폐교 절차 후 남은 재산은 경영진에게 일부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경영 위기 대학으로 평가받지 않은 대학이라도 관리법인이 자발적으로 폐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폐교대학들은 교육부로부터 재정 위기 대학으로 지정되고 강제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폐교를 권고받는다. 사실상 경영상황이 어려워 폐교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교육계가 가로막아 마음대로 폐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단 의미다.

다만 폐교를 보다 자유롭게 허용하는 데 대해선 논란의 소지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 해산 장려금이 있다면 대학 해산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사립대의 재산은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 등 공적 자원이 투입된 만큼 공공재적 성격을 띄고 있기에 자유로운 폐교 및 구조조정이 활성화된다면 부정적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동안엔 사립대 법인이 큰 규모 때문에 재정 문제가 덜할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크고 작은 비리 사건들로 쌓여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폐교에 대해 국가 지원이 들어가는 데 국민 정서적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지방대학, 지방소멸의 위기가 이미 명확해졌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 제대로 된 운영조차 되지 않는 대학을 억지로 눌러놓으면서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만 남발하는 건 상황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보다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대학을 처분하는 것 또한 국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능을 잃은 대학을 방치할 경우 결국 피해 보는 건 학생과 학부모로 대변되는 국민들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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