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애로 개선 나서는 정부, 진정한 ‘규제개혁’ 위해선 ‘협조 플랫폼’ 형성 우선돼야

중소기업 규제애로 다수, 전문가들 “中金 부담 많아” 규제애로 개선 시도 많았지만, 규제애로는 여전 규제개혁이 만사형통은 아냐, 중심은 ‘정부’가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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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준 중기중앙회 미래혁신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미래혁신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1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3년도 ‘제1차 미래혁신위원회’를 개최했다. 미래혁신위원회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제품생산, 판매마케팅 상의 기술혁신 관련 규제를 발굴하고 신기술·신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계, 전자, 정보산업, 의료기기 등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및 외부 전문가 등 19인으로 구성돼 출범했다. 위원회는 향후 2년 동안 한병준 위원장(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중심으로 현안을 논의하고 혁신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중기중앙회, ‘제1차 미래혁신위원회’ 개최

이날 위원회에선 중소기업계 현안 공유 및 애로 발굴, 위원회 운영방안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노재홍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 기술규제협력과장의 기술규제 애로발굴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도 함께 진행됐다. 기술규제 애로발굴 지원사업은 기술규제로 인한 기업의 불필요한 부담을 해소하고자 사전적 기술규제 영향평가와 사후적 적합성평가 실효성 검토, 상시 기업애로 개선활동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표원은 기술규제 기업애로 유형으로 △과도한 규제 △중복규제 △국제기준 등과 다른 규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꼽았다. 노 과장은 “수출 중소기업은 해외진출 정보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표원이 해외인증기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해외인증 관련 애로가 있는 중소기업은 국표원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날 위원회에서 기술규제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설명했다. 특히 의료기기산업에 대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를 다시 평가받아야 하는 이중 규제에 대해 오랫동안 건의했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PLC제어공업협동조합에선 “기술개발 비용 보다 인증비용이 더 많이 들 정도로 부담이 크다”며 “해외기준을 국표원에서 국내에 유치해서 한국에서 인증을 받으면 해외 인증 시에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중소제조업의 활력 회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경영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제거하고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규제를 없애고 활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7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들로부터 취합한 규제들에 대한 개선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2019년 12월 4일 박주봉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공기관 현장공감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방안’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규제애로 개선 성과 없진 않았지만

사실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기획재정부와 함께 ‘제2차 공공기관 현장공감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방안’을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규제혁신의 사각지대인 공공기관에 대한 규제혁신 방안을 최초로 발표한 이후 공공기관·기재부·중기 옴부즈만이 본격 협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 만큼 당시 규제애로 개선 시도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에도 ‘중소기업 규제애로 발굴·개선 지원사업’이란 이름의 규제개혁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사업은 관련 협·단체 주도로 현장방문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규제, 애로 및 관행을 발굴하고 발굴한 규제애로에 대한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자문, 조사, 연구 등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 같은 중소기업 규제개혁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기술규제가 기업의 기업운영을 제한하거나 기업 목표 달성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한 적이 있나’는 질문에 ‘별로 없음’이 43.3%로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다만 ‘다소 빈번’하다는 응답도 11.7%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규제 유형별로 살펴보면 ‘연구소 설립 규제’, ‘임상 실험 규제’가 1, 2위로 가장 많은 규제애로를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각 분야에서 규제애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무원-기업 협조 플랫폼 형성 필요해

결국 규제개혁만이 만사형통은 아니다. 그보다는 공무원과 기업 간의 협조 플랫폼을 형성하는 게 급선무다. 공무원에게 있어 피와 같은 건 ‘매뉴얼’이다. 불이익을 막기 위한 책임회피가 만연한 공무원 휘하의 중소기업들은 비효율적인 규제에도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당하기만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선 중앙부에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부처, 지자체 수준에서 문제가 될 만한 규제들에 대한 유권 해석을 기업들에 유리하게만 해줘도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돌을 쥐고 있는 건 공무원도 기업도 아닌 정부다. 돌을 어디로 던져 어떤 파동을 일으킬 것인가, 즉 어떤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흥망을 지켜볼 것인가가 정부에 달려 있다는 소리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 고용의 87.9%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술혁신은 중소기업 경쟁력의 원천임에도 비효율적인 규제로 인해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규모의 특성상 규제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규제 환경 조성은 경제 전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부분인 만큼 보다 탄력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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