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탈피오트 벤치마킹한 국방부의 ‘첨단과학기술군’, 현실은 ‘병역 자원 미달’

첨단과학기술로 이스라엘 지키는 초엘리트 군사과학 부대 ‘탈피오트’ 2014년부터 국내 적용해 ‘과기사관’ 만들었지만, 지원자는 지속 감소 ‘병역 자원 보강’ 절실, 초급 간부 이탈부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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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13일 탈피오트 부대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행진하고 있다/사진=태재미래전략연구원

지난 3월 국방부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으로 인해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 불안이 요동하고 있다며 ‘국방연구개발 활성화’ 및 ‘국방혁신 4.0’을 통해 우리 군을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13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스라엘 탈피오트(Talpiot) 제도와 시사점’을 담은 ‘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군 병력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탈피오트 부대와 현재 국방부에서 시행 중인 과학기술사관제도를 비교하고, 요동하는 국제정세로 인한 안보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 개선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첨단과학기술군 꿈꾸던 ‘과학기술전문사관’ 현실은 유명무실

우리 국방부는 지난 2014년부터 이스라엘의 국방과학기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탈피오트(Talpiot)’를 벤치마킹한 ‘과학기술전문사관(이하 과기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기사관 제도는 전국 4년제 이공계 대학 2~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 25명 규모의 후보생을 선발해 국방과학 과목, 군사 훈련, 현장 실습 등의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제도다. 대학 졸업 후에는 소위로 임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개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과기사관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유명무실’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4년 과기사관 1기 선발 당시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점차 감소해 2022년에는 3.7대 1까지 하락했다. 또 학업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최초 선발 인원의 5분의 1이 중도 포기를 하자, 당초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언 돔 만든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탈피오트 부대’

히브리어로 ‘견고한 산성’, ‘탑의 꼭대기’ 등의 뜻을 가진 탈피오트는 이스라엘의 고교졸업자를 대상으로 과학 분야 최고 엘리트 50여 명을 선발해 첨단 군사과학 인재로 육성시키는 군 시스템이다.

탈피오트로 선발된 학생들은 히브리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물리학, 수학 등의 대학 학사 과정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취득한다. 3년의 학사 기간 동안에는 해군 및 공군의 특수훈련 과정과 국방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훈련생 시절부터 수학과 물리학, 컴퓨터 공학 등의 4차 첨단산업 기술을 국방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후 학사 학위 취득을 마치면 곧바로 군에 입대해 6년간 의무 복무하게 된다.

탈피오트 부대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아이언 돔(Iron Dome)’이 있다. 아이언 돔은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영토를 방어하는 대공 미사일 시스템이다. 주변에서 발사되는 로켓을 수초 안에 정확히 파괴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안전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의무복무가 끝난 탈피오트 출신들은 전공 분야에 따라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학계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도 한다. 엘론 린덴스트라우스(Elon Lindenstrauss)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0년 이스라엘 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보안시스템 업체인 체크포인트와 통화감시장치 업체 나이스 시스템, 인간 게놈 해독 및 신약 개발사 컴푸젠 등이 탈피오트에서 나왔다.

누구나 원하는 탈피오트, 줘도 부담스러운 과기사관

입법처는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와 우리나라의 과기사관 제도를 비교 분석하며 “두 제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가장 큰 차이점은 ‘학생들의 선망 유무’”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탈피오트의 경우 탈피오트만의 특별한 교육과정과 학사 기간 중 급여 및 장학금 지급, 전역 이후 전문성을 발휘해 군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기회 등의 이점이 있다. 이로 인해 이공계 우수 학생이라면 누구나 탈피오트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잡을 정도다.

반면 과기사관 제도는 대학 과정 중 훈련생을 선발해 특별한 교육과정 없이 일반 학사 일정에 군 관련 교육을 추가하는 형태로 구성돼 차별성이 없다. 또 학사과정 중에는 장학금 외에 급여를 일체 지급하지 않으며, 전역 이후 마땅히 복무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심화 교육 및 취업과 연결된 기회가 없어 커리어 단절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즉 과기사관으로 선발된 21세의 대학교 2학년 학생이 남은 학사 기간 2년과 의무 복무 기간 3년을 합쳐 5년이 지나 26세가 되면 백수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에 입법처는 과기사관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선망할 수 있도록 철저한 인센티브와 특별한 국방 지향적 프로그램 제공, 전역 후 관련 분야 취·창업 알선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임관식/사진=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국방과학기술인재 육성은 배부른 소리, 부사관·장교 수부터 회복해야

한편 일각에서는 국방과학기술 인재는커녕 부사관과 장교 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안보 불안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국방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 부사관 지원자는 2018년 28,263명에서 2022년 16,433명으로 40% 이상 감소했으며, 육군 장교 지원자는 30,544명에서 19,233명으로 약 37% 감소했다. 심지어 임관 이전에 중도 탈단한 육군 장교 지원자는 245명에서 604명으로 140% 이상 증가했다.

군 관련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병장 월급 인상안이 군 간부 지원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초급 간부에 대한 대우가 병사 처우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사관 전역을 고민하는 한 군인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병장 월급은 200만원까지 오른다는데 정작 군 병력의 핵심인 부사관은 177만원(하사 1호봉 기준)에 머문다는 게 말이 되냐”며 “군 복무에 회의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용인대 군사학과 김의식 교수는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병사 처우 개선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간부에게 소홀했다”면서 “국방력 증강 및 초급 간부 지원율 제고를 위해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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