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임신 바우처 확대했지만, “결국 ‘돈’ 얘기뿐 실질적 대책은 없어”

방향성 수정한 정부, 이제 ‘다태아’도 신경 쓴다 ‘금전 지원’에 매몰된 정부, “돈-출산율 상관관계 적어” 출산율 집착 놓아줘야,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할 때

pabii research
출처=보건복지부

난임 시술로 다둥이 출산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다둥이 임신·출산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단태아 중심의 출산지원정책의 흐름을 전환하고 다태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단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돈만 쥐여주는 똑같은 정책들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복지부,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 대책’ 발표

보건복지부는 27일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쌍둥이 이상의 다둥이 출산 비율은 2017년 3.9%에서 2021년 5.4%로 급증했다. 고령 산모 비중이 증가하면서 난임 시술을 받아 임신·출산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난임 시술을 통한 출생아 비중은 2019년 2.2%에서 2022년 9.3%가 됐다. 이에 정부는 난임·다둥이 가정의 임신·출산·양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중점과제 4개와 임신·출산·양육 지원과제 8개를 구성했다.

정부는 우선 쌍둥이, 세쌍둥이 구분 없이 모두 140만원만 지급됐던 다둥이 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를 태아당 1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쌍둥이는 200만원, 세쌍둥이는 300만원으로 바우처 금액이 늘어난다. 또 임금 감소 없이 하루 2시간 단축 근로할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기간도 임신 9개월에서 8개월 이후부터 사용 가능하도록 한 달 앞당긴다. 다둥이 임산부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또한 기존 10일에서 15일로 더 늘리고, 산후조리 도우미는 세쌍둥이 이상 가정에도 최대 2명에서 신생아 수에 맞춰 지원하기로 했다.

다둥이를 출산한 임산부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확대한다. 현재는 다둥이를 출산한 임산부와 한 명을 출산한 임산부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10일로 같았으나, 앞으로 다둥이 출산의 경우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15일(주말 포함 최대 21일)로 늘린다. 이를 통해 다둥이를 출산한 임산부는 더 오랜 회복 기간이 필요함을 고려해 배우자가 충분히 출산할 수 있도록 휴식을 지원할 방침이다.

고용보험법도 개정한다. 지금까지는 고용보험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가 5일분으로 한정돼 있어 기업에 부담이 커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에도 휴가를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고용보헙법을 개정해 지원 기간을 최대 10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가임력 검사비용 지원 △필수 가임력(생식건강) 검진비 지원 △난소기능 검사 지원 △정액검사 지원 △난임 시술비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에 대한 소득기준을 폐지 △소득수준과 관계없는 의료비 지원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기한 확대 △미숙아 지속관리 서비스 전국 확대 등 정책도 함께 시행된다.

‘단태아 중심’이던 출산지원 정책, 이제는 흐름 바뀌었다

그동안의 출산 대책은 단태아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난임부부가 증가하고 다둥이 출산이 늘어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정부 또한 정책의 흐름을 바꿨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저출산을 완화하기 위해 임신·출산을 희망하는 부부들에게 체감도 높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정책적 흐름의 변화는 작년 출산육아지원정책을 보면 더욱 확연하다. 지난해 정부는 진료비 바우처 지원 혜택을 인상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단태아 60만원→100만원, 다태아 100만원→140만원 정도에 그쳤다. 다태아보단 단태아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뤘던 것이다.

특히 정책을 살펴보면 예산이 확대됐음이 확연히 눈에 띈다. 지난해엔 지원액 상향 비율이 40만원, 50만원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올해엔 100만원, 200만원 등 100만원 단위의 지원액 상향이 다수 보인다. 그만큼 정부가 절치부심하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보다 확실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pexels

“돈만 쓴다고 해결될 문제냐”

다만 일각에선 ‘돈만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부양비율(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old-dependency ratio)은 1960년 3%에서 2005년 9%로 증가했고, 2050년엔 35%까지 그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돈만 쥐여준다고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건 지극히 탁상행정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육아정책연구소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육수당 등 금전적 지원은  아동 발달 증진과 양육비 부담 완화 효과가 있긴 했으나 출산율을 높이는 데엔 한계가 명확했다. 또 2013년 사회통합센터 주도로 이뤄진 ‘보육료 지원의 여성노동공급 및 출산 효과 분석’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 정책 다자녀 출산 의사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발표된 비슷한 연구인 ‘영유아 교육·보육 재정 증가 추이와 효과: 2004~2014’도 마찬가지로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 여부는 추가 출산 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못 미친다고 밝혔다. SNS 등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선 ‘우리가 돈만 주면 아이 낳아주는 기계인 줄 아느냐’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산지원정책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최근 출산지원정책에 대해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제에서 모든 정책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 출산율 증가 자체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출산과 같은 개인적 선택에 대한 정부 간섭의 정당성도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가임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약 6명에 달하던 1960년대 초반 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가족계획사업을 시작해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약 1.6~1.7명을 기록한 1990년대 중반까지 광범위한 출산억제정책을 펼친 바 있다. 이후 인구정책은 수에 대한 통제보단 삶의 질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가 지속되면서 2004년 이후의 출산정책 방향성은 ‘출산장려’로 전환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출산지원정책의 역사는 출산율 자체에 대한 억제와 장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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