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스타트업 M&A 40% 격감, 투자자 ‘색안경’ 벗어야 할 때

국내 투자자들, M&A 부정적 인식 ↑ M&A 활성화 필요하다지만, “할 만한 기업들은 이미 M&A 진행 중” 부정적 인식 씻어내야, “추가 인수 전략으로 더 큰 수익 얻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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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올 상반기 스타트업 인수합병(M&A)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M&A는 효과적인 스타트업 투자 회수 수단으로 꼽히지만, 결국 경기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M&A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도 있다. 다만 동종 업계 스타트업 간 M&A는 얼어붙은 벤처 업계를 녹일 만한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줄어드는 M&A 건수, “정보 접근성 너무 떨어져”

2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타트업 M&A 건수는 총 31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간 대비 40.3%나 줄었다.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70% 가까이 감소하는 등 투자 혹한기가 지속된 영향이다. 기업공개(IPO)도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형국에 M&A 건수까지 줄며 스타트업계에선 희망의 빛이 사라지고 있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M&A는 IPO와 달리 초기 스타트업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용이한 수단이다. IPO까지 가지 않고서도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계에선 우리나라의 M&A 정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기술보증기금, 벤처기업협회 등과 M&A 거래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매도·매수 희망기업이 각각 기업 정보를 등록한 후 매칭을 통해 M&A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인데,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누적 등록 기업은 7,000여 개나 되지만 거래 성사 사례는 2021년 84건, 2020년 50건으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IPO도 못 하는데, “정부 차원의 M&A 활성화 필요해”

이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M&A 자체가 ‘부정적 신호’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개 플랫폼에 이름을 올리면 거래처는 물론 투자자, 내부 직원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IPO까지 롱런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사라졌다. 웬만한 기업들은 IPO를 최대한 미루려 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M&A인 셈인데, M&A에 대한 인식 저조가 얼어붙은 시장을 살릴 마지막 불씨마저 꺼트리고 있다.

이에 중기부는 최근 M&A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M&A 중개·자문 역할 확대 의견을 수렴하는 등 M&A 활성화를 위한 정책 조정에 나섰다. 중기부는 현재 제공하는 M&A 추진 기업 상담·자문과 가치평가 서비스에 이어 연내 기술보증기금 기술거래 플랫폼 ‘스마트 테크브릿지’와 연계한 M&A 거래망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 중심으로 M&A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스타트업 M&A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사가 돈을 묶어두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뭘 할 수 있겠나”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M&A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건 M&A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큼 성장한 스타트업이 딱히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스타트업 간 진행된 M&A 총 21건 중 대부분이 동종 업계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스타트업 간 M&A였다. 특히 지난해 스타트업 M&A 건수는 총 126건으로 전년(57건) 대비 2.2배나 늘었다. M&A를 시행할 만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서로 엮여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모던하우스, 홈플러스

M&A는 부정적 신호? 이젠 아냐

다만 국내 투자사들 사이에 자리 잡은 ‘M&A는 부정적 신호’라는 인식엔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A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동종 업계 스타트업 간 M&A는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드테크 기업 애드엑스플러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드엑스플러스는 주로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케팅 회사, 앱 개발사 등을 타깃으로 매년 2~3건의 M&A를 단행해 왔다. 그 결과 애드엑스플러스는 독자적인 광고 수익 극대화 기술을 확보해 현재 130여개 파트너사의 약 610개 앱과 모바일 게임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앱 광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또한 “M&A를 통해 사업 시너지가 발생해 매출 극대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M&A 역할론을 인정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간 M&A 등 ‘추가 인수’ 전략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추가 인수 전략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모던하우스 인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이랜드로부터 생활용품 전문 유통업체 모던하우스를 7,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인수한 유통기업 홈플러스의 생활용품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던하우스를 추가 인수한 건데, 이를 통해 MBK파트너스는 대형마트 사업 외 외연 확장까지 성공하며 충분한 외재적 성과를 일궈냈다.

소규모 회사는 상대적으로 매물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기업들을 통합해 시너지를 냄으로써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용이하다. 추가 인수 전략은 투자 자금을 아끼면서도 기업가치를 드높일 수 있기 때문에 출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앞서 언급했듯 동종 업계 스타트업 간 M&A 건수는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투자자들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묶어둔 쌈짓돈을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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