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中,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매만졌지만 “美 영향력 여전”

비상 걸린 中, 탈중국 가속화로 외국인 직접투자 ↓ 반 간첩법 개정안, 中 ‘자충수’ 됐나 中 쥐고 흔드는 美, 단기적 환율 안정화 의미 있나

pabii research
중국 인민은행/사진=중국 인민은행

중국이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를 다시 한번 매만졌다. 해외로부터 외환을 차입하는 기업들의 차입 능력을 키움으로써 환율을 안정화하겠단 목적이다. 다만 미-중 갈등 악화 및 서방 국가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단기적 환율 안정화가 큰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中 인민은행,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1.25→1.50으로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이 ‘역외대출 거시건전성 조절계수(跨境融資宏觀審慎調節參數·The macro-prudence parameter)를 현행 1.25에서 1.50으로 올려 중국 기업이 외국에서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란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다.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를 올려 한도가 늘어날 경우 해외에서 자금을 많이 들여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역외대출 조절계수를 1.00에서 1.25로 올린 바 있다. 이번엔 9개월 만에 다시 조절계수를 올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오칭밍(趙慶明) 중국 외환투자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결정은 중국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을 늘려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안정적인 외환시장이 보장돼 과도한 위안화 변동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보다 쉽고 싸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는 “미 달러 대출이 위안화 대출보다 대출 원가가 높고 중국 기업의 달러 대출 수요도 그다지 크지 않은 만큼, 이번 조치는 위안화 가치 절하를 막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신호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中,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로 ‘환율 안정화’ 꾀했나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수치가 1.25에서 1.5로 확대된다는 건, 어느 기업의 최대 외환 차입금액이 1억250만 달러였다면 이제는 최대 외환 차입 한도가 1억500만 달러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목적을 ‘환율 안정화’로 보고 있다. 기업이 직접 인민폐를 매각해 달러는 획득하는 것보다 차입할 수 있는 한도를 늘림으로써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을 때 홍콩 항생계수가 전일 대비 7.3% 하락하면서 역외 위안화 달러 대비 환율도 7.2268에서 7.3177로 오른 바 있는데, 당시 인민은행이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를 만지자 위안화 달러 대비 환율은 최고점인 7.3748에서 7.2737까지 하락했다. 거시건전성 조절계수에 따라 실제 환율이 안정화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다만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변경에 따른 환율 변동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환경이 환율을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pexels

탈중국 가속화에,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변동 의미 있나”

미-중 갈등 상황 악화 속에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조절계수 변동이 큰 의미를 가지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이후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비중별로 살펴보면, 작년 1~3분기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15.8%에서 11.9%까지 줄었다. 전 세계 주요국 중 순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초 2위 자리에 올라 있던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3위로 내려앉았다. 2022년 1~3분기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691억 달러로 미국(2,364억 달러)과 EU(2,285억 달러) 보다도 적었다.

서방 국가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면서, 산업망의 해외 이전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2022년 EU는 점유율 17%를 기록하며 중국을 제치고 미국 상품 최대 수입국이 됐고, 멕시코, 캐나다, ASEAN의 수입 점유율은 각각 14.0%, 13.5%, 10.4%까지 높아졌다.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2017년 21.6%에서 2022년 16.5%로 내려앉았다.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중국이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금융과 기업실사업체를 급습하면서 투자업계에서의 우려는 커져만 간다. 중국의 내수 경기 또한 기대치를 밑돌았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4%, 5.6% 늘긴 했으나 시장 기대치에는 현저히 못 미쳤다. 로이터통신의 예상치는 각각 21.0%와 10.9%였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올해 1~4월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내 실제 사용 외자는 735억 달러(약 9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지난 7월 중국은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반 간첩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EU상공회의소는 “반 간첩법 개정안으로 현지 외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외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고했으나, 중국은 반 간첩법 개정안 시행을 강행했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중국이 자충수를 뒀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미국은 최근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자국 기업 투자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미국이 또 다시 강력한 대중 제재에 들어가면서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이 중국 금융시장을 쥐고 흔들고 있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조절계수만 매만져선 자국 내 기업마저 제 자리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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