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티빙, 상처 뿐인 ‘적자 경쟁’에 결국 손 잡을까

꾸준히 제기되는 합병설, 꾸준한 위기의 반증인가 티빙+웨이브, 양사 합쳐도 넷플릭스에 못 미쳐 양사 합병해도 3강 구도는 여전, 여유 생겨 국내 투자 더 할 수도

pabii research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계속되는 양사의 부인에도 합병설이 꾸준히 회자되는 것은 넷플릭스의 강력한 시장 침공으로 토종 OTT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작·공급하는 제작 업계에서는 ‘거래처가 한 군데로 줄면 협상력도 따라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멈추지 않는 넷플릭스의 독주

지난주 48.9%의 지분을 보유한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이 37.4%의 지분을 보유한 웨이브의 주요 주주 SK스퀘어와 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문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티빙과 웨이브는 이러한 추측을 일축했다. 티빙은 구체적인 합병 논의를 부인했고, 웨이브 측은 “합병이든 어떤 제휴의 형식이든 규모에 대한 논의를 검토 중”이라면서 “여러 옵션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도 비슷한 소문이 업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웨이브가 가져온 스탠스는 의미 있는 규모화였던 반면 CJ ENM은 과거 합병설이 나왔을 때도 불쾌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티빙·웨이브의 재정난과 넷플릭스의 위협으로 인해 합병설이 다시금 불거진 상황이다. 지난해 두 회사는 모두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웨이브는 △매출 2,735억원 △영업손실 1,126억원을, 티빙은 △매출 2,475억원 △영업손실 1,1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두 회사 모두 영업손실 폭이 확대된 상황으로, 빈말로도 재무 상황이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수치다.

이용자 수는 어떨까. 지난 5월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활성 사용자 수는 1,053만 명으로 티빙의 514만 명, 웨이브의 391만 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티빙과 웨이브의 사용자 수를 합쳐도 넷플릭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콘텐츠 제작사의 기우

한편 콘텐츠 업계에서는 국내 양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합병이 성사되면 양질의 콘텐츠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과점이 이뤄질 경우 각 사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수가 줄어들어 제작사들의 일감도 자연히 감소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물론 경쟁이 저하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업계의 많은 전문가는 ‘설레발’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수익원이 있다. 첫 번째는 특정 OTT 플랫폼에서만 독점적으로 공개되는 ‘OTT 오리지널’ 제작이다. 이 경우 OTT 플랫폼이 모든 제작 비용을 부담하고 제작사는 수익의 10~20%를 가져간다. 두 번째 수익원은 국내 방송사,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 직접 제작비를 조달한 뒤 OTT에 동시 방송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업계는 양사가 하나의 거대 플랫폼으로 통합되면 수익을 얻는 두 가지 방법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미리부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티빙, 웨이브의 그간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티빙의 ‘재고’ 프로그램만 80개에 육박하는 데다 웨이브는 대주주인 방송 3사마저도 웨이브에 런칭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피지컬 100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치솟는 출연료에 제작비 쥐어짜야

제작사의 우려도 일리는 있다. 드라마 제작은 많은 자본이 필요한 작업이다.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고, 시각적으로 멋진 세트를 제작하며, 유능한 출연진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돼도 ‘넷플릭스 vs 토종 OTT vs 디즈니+’의 3강 구도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회사 규모의 확대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토종 OTT가 더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콘텐츠 제작 비용 중 가장 큰 부담은 뭘까. 바로 배우들의 출연료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예산이 배우들의 ‘몸값’으로 투입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토종 OTT건 콘텐츠 제작사건 어느 쪽이든지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 제작사, 감독들은 배우의 연봉과 한국 대중문화 시장 규모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회당 출연료가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10배나 큰 일본의 출연료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고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회당 5,000만~1억원 선이다. 반면 우리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회당 1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며 3억원 이상을 받는 스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가 회당 4억원에서 6억원 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배우 한 명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콘텐츠 품질과 스태프 복지에 미치는 영향

고액 출연료의 파급 효과는 단순한 재정적 부담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콘텐츠의 품질은 물론 제작진의 복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작 예산은 한정돼있다. 그러나 예산의 대부분이 배우 출연료에 할당됨에 따라 정작 작품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연 배우 캐스팅 △의상 디자인 △세트 제작 △컴퓨터 그래픽 △로케이션 등등 여러 요소에 대한 투자 부족은 필연적으로 작품의 전반적인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스타와 스태프 간의 임금 불균형도 업계 내 불만을 조장하고 있다. 일부 스타들의 치솟는 몸값은 여타 스태프·배우들의 적은 임금 및 열악한 근무 조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무대 뒤에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희생시켜 스타들에게만 유리한 산업 구조를 형성했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의 품질과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의 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배우에게 공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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