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타 권리’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유익한가

최근 대부분 계약서에 프로라타 권리 적용 초기 투자자에게 다음 라운드 참여 보장 스타트업에게는 신규 투자 확보에 제한

Policy Korea
사진=유토이미지

최근 벤처캐피탈(VC)들이 자산 분산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하는 가운데, ‘프로라타(Pro-rata)’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라타는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율 유지를 위해 다음 라운드에 추가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자의 권리로, 대부분의 투자 계약서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많은 VC가 초기 투자 이후, 팔로우온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확보하고자 하는 만큼 최근 프로라타 권리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라타 권리의 제한점

실제로 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전체 벤처 투자 거래 중 69%가 팔로우온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라타 권리는 지난 수십 년간 금융거래에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 친화적 환경이 강조되면서 필수 조항이 됐다. 지난 6월 VC 4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가 ‘프로라타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리며, 유연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러나 VSC Ventures의 총괄 파트너 제이 카푸르(Jay Kapoor)를 비롯한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의 벤처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프로라타 권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VC에는 불공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라타 권리는 신생 스타트업이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과정에서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율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투자자에게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메커니즘이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자들이 추가 라운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모든 초기 투자자들이 프로라타 권리를 행사할 경우,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최소한의 지분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 있다. 스타트업들도 기업의 성장에 맞춰 다른 유형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는데, 프로라타 권리로 인해 신규 투자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드 라운드에서는 협력적이던 투자자가 시리즈 B 라운드에서는 최적의 지원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과정에서도 초기 투자자와 창업자가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 노력한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결정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프로라타 권리의 부작용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일수록 프로라타 권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자산운용사 크린덤(Creandum)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VC가 기업의 가치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는 질문에 VC는 스스로를 10점 만점에 7.6점으로 평가한 반면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5.2점으로 평가했다. 즉 VC가 기업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창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를 보더라도 초기 투자자가 기업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창업자들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프로라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투자자의 경우도 후속 투자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는 만큼, 현재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동기와 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VC들은 지분율 등 기업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동기가 있지만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만 프로라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는 소규모 VC에게 항상 유용하게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프로라타 권리가 아무리 투자자 친화적인 제도라고 할지라도 투자자가 투자할 여건이 되지 않아 프로라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기 투자자가 시드 라운드에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지불할 수는 있지만, 시리즈 B 라운드에서는 투자 전략의 부재와 자금 부족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게다가 초기 투자자들이 창업자나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자신의 프로라타 권리를 포기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프로라타 권리는 분명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초기 투자자가 이를 문제삼아 자신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감소율 적용 등 현대화 가능성

투자운용사 포인트나인(Point Nine)의 수석 파트너 크리스토프 얀츠(Christoph Janz)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프로라타 권리가 라운드마다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최초 투자 후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는 프로라타 권리 100%를 보장하고 이후 라운드마다 해당 비율을 하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투자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초기 투자자들을 투자자 풀에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초기 투자자들의 권리는 다소 희석되겠지만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자금력이 약한 소규모 VC도 감소율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프로라타 권리에 감소율을 적용하는 방안은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자의 기여도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초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다음 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지만 투자 비중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투자자의 기여도를 프로라타 권리에 반영하는 방안은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반영해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 창업자가 투자금에 대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책무가 있듯 투자자 역시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가치를 최대화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 이러한 기조를 채택한 기업도 있다.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언(Alexis Ohanian)이 설립한 VC 세븐세븐식스(Seven Seven Six)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창업자들에게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라타 권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협상과 계약에 있어 분명 중요한 사안이지만 VC 시장의 변화에 따라 보다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체크인, 워크숍 등의 네트워킹 활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만큼 만약 투자자가 이를 계약에 명시했음에도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해당 투자자의 프로라타 권리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방안을 적용함으로써 투자자의 기여도를 높이고 신규 투자의 진입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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