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매파’ 불라드 전 연은 총재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 없어, 금리 더 높여야”

잭슨홀 미팅 앞두고 WSJ와 인터뷰에서 ‘고금리 유지’ 강조 SVB 사태에 따른 ‘금융완화’에 오히려 미국 경기침체 확률 낮아져 한편, 경기 호조에 美 장기채 금리 상승, 채권시장 투자금 ‘단기채’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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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사진=세인트루이스 연은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위험이 월가의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하반기 경제가 상당 부분 가속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오는 9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Fed)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라드 전 총재는 연준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매파 인사로 통했다. 한때 비둘기파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3월 연준이 긴축정책을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매파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달 15년의 연은 총재직을 마치고 이달 퍼듀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초대 학장직에 취임했다.

불라드 전 총재 하반기 경기 침체 시나리오 물 건너가

불라드 전 총재는 “올해 초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라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금융완화가 일어나면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들어 보다 탄탄한 상태가 됐다”면서 “하반기 경제가 가속될 경우 현재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더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배경을 두고는 “미 연준의 공이 크다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연준은 과거 1970년대 인플레이션 사태에 대응이 늦어지면서 이후 10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제 전반이 휘둘렸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에는 지난해부터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응에 서둘렀다.

다만 불라드 전 총재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미국이 팬데믹 이전의 초저금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 이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으며 한동안 목표치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끈질긴 상황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방 중인 ‘ 경제지표’, 올해 상반기 실질 GDP도 전망치 상회

불라드 전 총재의 분석처럼 현재 미국 경제의 상승세는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2분기 실질 국민총생산(GDP) 규모는 직전 분기 대비 2.4%나 상승했다. 이는 1분기(2.0%)보다 개선된 수치로 소비자 지출, 비거주 고정투자 및 정부 지출이 GDP 확장에 기여했다.

미국의 실질 GDP는 인플레이션 변화를 감안해 2012년 물가를 기준점으로 한다. 인플레이션 조정 없이 현 물가시세를 그대로 적용한 명목 GDP 규모를 살펴보면 1분기에만 연 6.1% 상승했고, 2분기에는 4.7% 상승을 이어갔다. 골칫거리인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지난 6월 3.0%로 크게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미국 경제가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한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주식시장의 S&P 500과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도 23일(현지 시간) 장 마감 기준으로 올해 각각 16.0%, 32.1%씩 상승했다.

반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뒤처진 중국은 부동산 시장 위기까지 겹치며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언뜻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2분기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며 0.4% 성장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Fed

장기금리 급등에 ‘TLT, TMF’ 등 장기채 ETF 투자한 서학개미울상

한편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장기금리 동향에 쏠리고 있다. 당초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락이 유력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다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23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금리는 4.19%로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4%를 훌쩍 넘어섰다. 일각에선 장기금리 수준이 ‘4%대 안착론’을 넘어 4%대 중반 이상으로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미국의 전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와 과거 ‘채권왕’으로 유명했던 빌 그로스 전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실질금리 상승을 근거로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머스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기준 개인소비지지출 물가상승률은 3%로 지난해 6월 고점 6.8%에서 대폭 하락하며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2%를 초과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국방비 증액 등 미국 정부의 장기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실질금리가 장기적으로 1.5~2%로 올라서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향후 미 국채 10년물이 평균 4.75%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금리 상향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시장의 투자금 동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미국 통계 사이트 ETF.com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ETF 시장에서 만기 3개월 미만 채권에 투자하는 ‘3개월 미만 국채(SGOV)’ ETF에 16억8,595만 달러(약 2조2,570억원)가 몰렸다. 그간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장기채에 몰렸던 투자금이 최근에는 초단기채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단기간 급등한 장기금리 급등에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ETF에 자금을 투입했던 투자자들은 곤혹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당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평가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ETF 순매수액 규모는 약 12억7,000만 달러(1조6,100억원)로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종목은 ‘TM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다. TMF는 장기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해당 수익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 약 7억7,000만 달러(약 1조21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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