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등용문 된 OTT 오리지널 시리즈, 원인은 ‘비용 절감’에 있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디즈니+ ‘무빙’ 등 신인 배우 주연 시리즈 줄줄이 흥행 회당 수억원 웃도는 ‘톱스타’ 몸값, 적자 시달리는 OTT 플랫폼에는 부담 ‘오징어게임’ 가성비에 눈뜬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떠나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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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한별과 이정하/사진=넷플릭스, 월트디즈니코리아

OTT가 여태껏 시장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신인 배우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최근 OTT 화제작인 넷플릭스 <마스크걸’>, 디즈니+ <무빙> 등은 모두 지금껏 단역과 조연만 맡았거나 무경력 배우를 과감히 주연으로 발탁, 엄청난 흥행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OTT 플랫폼의 신인 배우 선호 현상이 ‘제작비 절감’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토종 기업을 비롯한 대다수 OTT 플랫폼이 성장 정체 및 적자로 인해 허덕이는 가운데, 회당 수억원에 달하는 ‘톱배우’를 기용하는 대신 몸값이 낮은 신인 배우를 캐스팅해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신인 배우’ 주연 OTT 히트작 줄줄이 등장

기존 드라마 시장은 PPL이나 광고 수익을 위해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OTT 플랫폼은 광고 수익 부분에서 자유로워 굳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신인 배우에게 오디션 기회가 많이 돌아가는 편이다. 실제 대다수 OTT 플랫폼은 오리지널 시리즈 콘텐츠에 여태껏 대중에 얼굴을 비추지 않은 신인 배우를 기용, ‘신선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웹드라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를 통해 데뷔한 배우 이정하는 디즈니+ <무빙> 이전 주연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무빙>에서 뛰어난 오감과 비행 능력을 갖췄지만,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 김봉석 역을 맡았다. 류승룡·조인성·한효주 등 쟁쟁한 출연진 사이에서 전체 20부작 중 1~7회를 견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꿰찬 것이다. 이정하는 역할 소화를 위해 몸무게를 30㎏ 증량하는 등 엄청난 열정을 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인공 김모미 역을 맡은 배우 이한별은 연기 경력이 아예 없다. 이한별은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번번이 오디션에서 탈락,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마스크걸> 오디션에 도전했다고 한다. <마스크걸> 속 김모미는 성형 및 극 중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모가 변하는 캐릭터로, 세 명의 배우가 3인 1역으로 연기한다. 이한별은 성형 전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극 초반부 김모미를 연기하며 고현정, 나나 등과 하나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지난 5월 공개돼 글로벌 시청 시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택배기사>에선 신인 배우 강유석이 1500:1 경쟁률을 뚫고 주연급에 발탁돼 열연을 펼쳤다. <셀러브리티>에 출연한 박규영 등 일부 신인 배우는 TV 드라마 대신 OTT 시리즈를 주로 선택,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셀러브리티’ 속 박규영/사진=넷플릭스

‘톱배우 몸값 너무 비싸’ 문제는 결국 돈이다

업계에서는 OTT 업계의 ‘신인 기용’ 풍조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토종 OTT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티빙은 지난해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762억원, 2020년 61억원에 비해 손실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웨이브 역시 지난해 1,21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 U+로의 매각이 무산되며 생사의 기로에 선 왓챠는 555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OTT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제작비 급증이 지목된다. 실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제작비는 인기와 비례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억원, 2013년 3억7,000만원 수준이었던 국내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현재 평균 7억5,000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업계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족족 적자’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배우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제작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톱스타’ 배우일수록 그 부담은 커진다. 지난 6월 한 매체는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2>의 투자사 넷플릭스에 회당 출연료로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2021년 배우 김수현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에 출연하며 회당 5억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배우 송중기는 지난해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회당 3억원 이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신인 배우 기용은 ‘톱스타’를 통한 광고 수익이 비교적 중요치 않은 OTT 플랫폼만이 누릴 수 있는 비용 절감 전략인 셈이다.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은 신인 배우 이연/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가성비’ 찾아 한국으로

한편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플랫폼 역시 ‘가성비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게임>에 총 2,140만 달러(약 253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보도한 이후, 할리우드 인기 배우의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낀 OTT 플랫폼이 우리나라를 가성비 콘텐츠의 땅으로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징어게임>을 미국에서 제작했다면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오징어게임을 미국에서 만들었다면 노동조합 규제, 값비싼 지식재산권 확보 비용 등으로 인해 총 제작비가 한국의 5~10배 수준에 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이 총 9화로 이뤄진 만큼, 미국에서 1개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한국 전체 제작비가 쓰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OTT 입장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대신 각 나라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출연료를 대거 절약할 수 있으며, 홍보를 원하는 국가들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나 리베이트 등 추가 혜택도 챙길 수 있다. 이처럼 OTT 시장에는 ‘절약’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국내 플랫폼은 신인 배우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미국 넘어 시장을 찾으며 제작비 절감에 열중하는 추세다. 업계는 차후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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