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이 불러온 전세시장 혼란, 관련 제도 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는 전세시장, 원인은 임대차3법 정부, 관련 제도 손질에 나섰으나 반대 목소리도 적잖아 취지는 바람직했으나, 결국 가격 규제는 혼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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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이 역전세난과 전세난을 오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 시장이 흔들리는 근본적 이유가 지난 정권이 도입한 ‘임대차3법’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으나, 해당 시기에 전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에 들어간 데다 제도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적잖아 아직까지도 관련 제도 개선은 ‘현재진행형’에 있는 상태다.

‘역전세난’과 ‘전세난’을 오가는 올해 전세 시장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상승했다. 지난 7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9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6월 넷째 주(26일)부터 0.02% 증가로 본격 상승 전환했고, 서울 전셋값은 지난 5월 셋째 주(22일)부터 0.01% 상승으로 일찌감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역전세 문제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초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역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에 유동성이 풀려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셋값도 고점을 기록한 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다시금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연초부터 금리가 대체로 안정세를 찾으면서 전세로 다시 수요가 모이기 시작했다”며 “전세 사기 등으로 여파가 잦아든 점도 전세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컨센서스를 뒤엎고 이젠 ‘전세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처럼 전세시장이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임대차3법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차3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했던 제도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을 포함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기존 2년에서 2년 연장된 4년 거주를 인정받게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전세 계약이 길어지면서 시장에 전세 물건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의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 2주일 시점인 2020년 8월 15일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3만2,505건으로 법 시행전인 7월29일(3만8,557건)보다 15.7% 줄었다.

여기에 전세 계약 갱신 시점에 집주인이 임대료를 5% 이내로만 인상할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가 맞물리면서, 집주인들이 4년간 전셋값이 묶여있을 것을 우려해 매물들의 가격을 크게 올렸다는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전셋값은 2.45% 상승했고, 2021년엔 5.17% 올랐다. 동 기간 전국 전셋값은 4.69%, 8.84%, 수도권 전셋값은 4.31%, 9.59%, 지방 전셋값의 경우 5.05%, 8.13% 증가했다.

이렇듯 부자연스럽게 형성된 전세 시장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높아진 전세 대출 금리에 세입자들은 갱신 대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작았던 집들을 시작으로 역전세가 전국적으로 전이된 게 올 상반기까지의 상황이다.

임대차3법 개선 착수 의지 밝힌 정부, 다만 진행 상황은 “오리무중”

이처럼 임대차3법이 전세시장에 교란을 일으키자, 지난해부터 정책 당국은 관련 제도 개선 착수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세 시장 혼란 초래의 원인으로 지목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뜯어고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근본적인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차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임대차법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집값이 정체 내지 급락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하락했고, 이에 따라 관련 제도 개선이 세간의 관심에서 점차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 해당 제도 폐기 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훼손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제도 개선 착수에 난항을 겪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폐지될 경우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월세 가격이 오르는 등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정부가 쉽사리 칼을 빼 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freepik

가격 규제가 되레 도시를 망친다?

문 정부가 추진한 임대차3법의 취지가 이론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평이 많다. 예컨대 전·월세상한제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서 숨은 세원을 발굴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의 주거 기간 연장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월세상한제에 결국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규제와 같은 효과를 내는데, 이로 인해 서민들에 대한 거주 안정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파급을 더 크게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전·월세상한제의 규제가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 거둬들여 왔다는 점을 근거를 제시했다. 제도가 도입된 당시 거주하고 있던 소수 임차인만 상한제의 혜택을 볼 뿐, 그 외 주택을 새로 임차해야 하는 다수는 해당 제도 도입으로 인해 인상된 전월세 가격의 여파를 그대로 맞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5% 상한선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임차 주택은 1,000만 가구에 이르며 각 주택은 건축 연도, 층수, 위치, 실내 인테리어 마감, 방향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전월세 가격이 좌우된다. 그런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5%로 정한 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 규제는 주택 노후화를 재촉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대료 규제를 받은 집주인들이 주택 개보수에 인색해졌고, 해당 피해는 아이러니하게 당시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임차인들에게 그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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