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후, 올해 가상화폐 거래소 VC 투자 97% 급감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가상화폐 거래소 폐업 및 운영 중단 이어져 거래소 대상 VC 투자 금액도 급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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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트위터(현 X)를 통해 “미국 델레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히며 공식적인 파산을 선언했다. FTX의 파산은 약 10만 명의 채권자를 양산해 ‘코인 판 리먼 사태’로 명명된 바 있다. 투자 전문 싱크탱크 피치북은 FTX 파산을 기점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출처=FTX X 계정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10일의 기록

지난해 11월 11일 FTX는 자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챕터11은 미국 연방 파산법에 따라 파산법원 감독하에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사실상 파산을 의미한다. FTX의 파산 신고 자료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 알라메다리서치 등 130여 개 계열사가 파신 신청에 포함됐고, 총부채는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4,900억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7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19년에 설립된 FTX는 낮은 거래 수수료를 무기로 가상화폐 거래 중개를 포함해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FTT 발행과 선물옵션, 대출 등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 등을 운영하며 크게 성장했다. 이에 지난해 1월 FTX의 기업가치는 약 320억 달러(약 43조1,68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일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가 “FTX는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FTT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업 규모를 부풀렸다”며 FTX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1월 7일에는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자사가 보유 중인 FTT를 전량 매도한다고 밝히자, FTX에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즉시 자금 인출을 동결한 FTX는 비공식 절차로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다음날 바이낸스는 FTX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하루 만에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범위 밖이라며 FTX 인수 의사를 철회했고, 11월 11일 FTX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불과 1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FTX 파산의 피해 여파

FTX의 파산은 캐나다교사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다수의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약 10만 명이 넘는 채권자를 양산했다. 특히 FTX가 보유한 자산 대부분은 가상화폐로 구성돼 파산법상 보호가 힘들어 투자금 회수 리스크도 문제가 됐다. FTX 파산은 기관 투자자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확산했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해 국가 예산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한 엘살바도르는 FTX 파산 발표 3일 후 무려 64%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FTX의 파산 이후 지금까지 상당수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법적 이슈 또는 규제 당국의 조사로 인해 폐업하거나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낸스가 투자한 멀티체인은 CEO가 체포된 후 거래소를 폐쇄했으며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미등록 증권 거래소 운영 혐의로 SEC에 의해 기소됐다.

한편 증권 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FTX 창업자 샘 뱅크먼(Sam Bankman)과 프라이드(Fried)는 오는 10월 3일 연방 재판에 설 예정이다. 가상화폐 투자 전문 캐슬아일랜드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파트너 닉 카터(Nick Carter)는 FTX 파산에 대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VC와 가상화폐 산업 종사자들에게 큰 절망과 굴욕을 가져다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글로벌 VC 거래 현황(2023.9.14. 기준), 주: 거래 규모(네이비), 거래 건수(오렌지), 올해 거래 규모(민트), 올해 거래 건수(옐로우)/출처=Pitchbook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 심리도 위축

FTX 파산 후 잇단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 중단 이슈로 인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급격히 감소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VC 누적 투자 금액은 약 1억 달러(약 1,349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1년 대비 97% 감소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자금 조달에 성공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디아커스터디(Zodia Custody)는 지난 4월에 SBI홀딩스(SBI Holdings)가 주도한 3,600만 달러(약 485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어렵게 마감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브린(Brine)도 판테라캐피털(Pantera Capital)이 주도한 시리즈 A에서 1억 달러(약 1,349억원)의 가치 평가로 1,650만 달러(약 222원)의 자금 조달을 마쳤다. FTX 파산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조달 규모다.

올해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한 거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몇 달간 최고점과 최저점을 반복했음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36%, 18%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거래 금액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투자는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터는 “FTA 파산 후 가상화폐 거래소는 규제 당국과 해커들에게 지속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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