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환율 상승 막았다? 국내 대기업의 ‘자본 리쇼어링’

pabii research
기획재정부의 '이중과세' 손질, 국내 기업 리쇼어링 기회 열었다
현대차·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대규모 '배당금 리쇼어링', 환율 방어 효과
리쇼어링 효과 영원하진 않아, 한동안 한국은행 환율 방어 이어질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기업 배당금 ‘이중과세’를 조정하며 감세 정책을 펼치자, 기업의 ‘자본 리쇼어링(해외 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이 거세진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리쇼어링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리쇼어링’

일반적으로 리쇼어링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전략이다. 인건비, 운송비 등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과는 반대 개념이며, 경제·정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심화한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대거 복귀한 것이 대표적인 리쇼어링의 예다.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 역시 리쇼어링이라고 칭한다. 일례로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은 올해 총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배당한 금액의 4배 이상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감세 정책에 힘입어 대규모 리쇼어링을 실시한 것이다.

삼성전자 1분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역시 올해 1분기 베트남과 중국 소재 해외 법인 유보금 중 8조4,000억원을 국내에 배당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배당한 금액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1분기 배당금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해외 법인의 ‘잉여 자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세 정책을 계기로 해외에 방치하던 잉여 자금을 국내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리쇼어링 효과는 일시적, 환율 방어 어쩌나

리쇼어링을 통해 해외 자본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국내 투자와 고용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 해외로 나간 자본과 국내로 들어온 자본의 차이인 경상수지의 적자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요즘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 리쇼어링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는 경우, 환전을 통해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결국 수많은 국내 기업이 리쇼어링을 단행해 환율 상승을 방어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리쇼어링 방패’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초부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이 꾸준히 유입된 만큼, 환율 방어 효과가 이미 환율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규모 리쇼어링이 마무리되고, 기업의 배당금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환율 급등 위험이 재차 심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환율 방어 최전선에 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0월 말 기준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은 4,128억7,000만 달러(약 532조3,959억원)로 전달(4,141억2,000만 달러) 대비 12억4,000만 달러(약 1조5,990억원) 줄었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할 일’을 마친 가운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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