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대상 배상금 일부 감면 받은 우리 정부, 다만 취소 소송은 아직까지 답 안 나온 상태

총배상금 1,300억원 중 원금 및 이자 합계 총 97억원 줄여 엘리엇 측 반발, “배상금 올려야 한다” 우리 정부, “FTA 협정 위반 아냐”

pabii research

법무부가 미국 사모펀드(PE)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배상금을 일부 감면받았다. 다만 취소 소송에 대한 심리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엘리엇 측도 가만있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정부가 ISDS 배상금 계산에 대한 해석·정정 신청을 제기했던 7월 당시에도, 엘리엇은 이에 맞불을 놓는 격으로 배상금을 되레 인상해야 한다고 중재판정부에 제기한 바 있다.

총배상금 중 97억원 줄어들어

25일 법무부가 공개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엘리엇 배상 ISDS 정정 결정문’에 따르면, PCA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정정 신청을 인용, 배상 원금을 기존 687억원에서 622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엘리엇이 지난해 5월 삼성물산으로부터 지급받은 추가 합의금을 세후 금액이 아닌, 세전 금액으로 공제했어야 했다는 우리 정부의 정정 신청을 중재합의부가 전부 인용한 결과다. 이에 배상 원금이 총 65억원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판정 전 이자도 약 326억원에서 294억원으로 약 32억원 감소했다. 이로써 정부가 지불해야 할 원금·이자 총액은 약 97억원 줄어들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진행될 취소 소송 관련 내용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 신속히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지난 7월 함께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소송도 현재 영국 법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

다만 판정 취소 소송은 여전히 심리 중

이번 판정은 우리 정부가 지난 7월 배상 판정문에 대한 해석·정정을 신청한 것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근거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었으며, 청구액은 7억7,000만 달러(약 1조430억원)에 달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인 올해 6월 엘리엇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여 우리 정부가 엘리엇 청구 금액의 7%인 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 등을 더해 총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 판정을 내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사실상 정부 기관’이며 ▲정부가 국민연금 합병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한·미 FTA 협정상 최소 기준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중재판정부는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18일 ISDS 판정에 대한 불복 및 판정 취소 소송 절차에 나섰다. PCA의 배상 판정이 나온 지 28일 만이다. 당시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해 우리 정부에 대한 이같은 배상 판정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ISDS 사건에서 관할이란 곧 ‘재판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 협정상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지에 대한 사전적 판단을 뜻한다. 즉 법무부에서 중재판정부가 중재합의에 대한 범위를 이탈했다고 판단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위 주장에 대한 근거로, 먼저 삼성물산의 소수주주 중 하나였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곧 또 다른 소수주주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제재 조치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놨다. 소수주주의 경우 자신의 의결권 행사가 다른 소주주에게 어떤 책임도 전가받지 않는다는 것이 상법상 대원칙인데, 중재판정부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정부 기관’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봤다. 한·미 FTA가 사전에 정하지 않은 사실상의 정부 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동일 선상에서, 법무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당시 국민연금이 해당 합병에 대한 찬성을 한 건 국가기관의 행위가 아닌 독립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당시 배상 판정문에 명백한 계산상의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 사항이 있다고 판단, 중재판정부에 판정문에 대한 해석·정정을 신청했다. 중재판정부가 손해액 산정 과정 중 삼성물산이 합병 후 엘리엇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후 금액’으로 공제한 오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세전 금액’으로 공제하면 60억원 이상 정도로 손해배상금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석·정정 신청에 반발하는 엘리엇

이런 가운데 엘리엇 측은 우리 정부의 주장에 반박하며, 오히려 배상액을 늘려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판정에 대한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서면을 중재판정부에 제출하자, 엘리엇은 판정에 대한 정정을 신청하는 서면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중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엘리엇 측도 지난 7월에 같은 방식으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당시 엘리엇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배상액 전정 신청이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중재규칙(UNCITRAL Rules)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며 “해당 규정은 중재판정부의 최종 판정에 대한 정정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엘리엇의 손실에 대한 이자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중재판정부가 오류를 범했다”며 “배상액을 오히려 증액하는 방향으로 판정을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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