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동산 하락 등에 따른 주요 증권사 실적 감소 “성과급 이연마저 검토 중”

pabii research
대형, 중소형 가릴 것 없이 실적 부진 ‘뚜렷’
지속된 고금리 여건 속 각종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이익 감소가 원인
잇따른 실적 하락에 직원 전체 ‘성과급’ 줄일 거란 전망도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가 3분기에도 이어졌다. 증권사 전반에 걸쳐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늘고 고금리 장기화, 유동성 감소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실적 감소를 겪자 연말 성과급 시즌을 앞두고 전체 이연성과급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증권사마저 나타난 가운데, 이연되는 성과보수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 업계 잇따른 적자 전환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69억원으로 -29.8% 줄었다. 글로벌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지속 하락한 데 더해, 올해 영화계 흥행 부진 여파까지 겹치면서 CJ CGV 전환사채 미매각에 따른 평가 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NH투자증권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0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5% 가까이 줄었다. 3분기 채권랩 관련 손실 과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소송 패소 등의 손실로 약 500억원, 일본 태양광발전소 평가 손실 300억원 등까지 더해 총 8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이 밖에도 신한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올 3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당기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한 신한투자증권은 영업 외 이익 부문에서 투자상품 관련 충당부채를 적립하며 적자 전환했고, 사모펀드 사적화를 통해 충당금을 300억원가량 설정한 한화투자증권과 부동산 PF 충당금 추가 설정 등으로 영업손실 324억원을 기록한 디올투자증권도 적자로 돌아섰다.

계속된 고금리 여건과 각종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이익 감소 등이 실적 부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 등에 따라 채권과 자기매매 등 운용수익이 부진한 증권사들이 많았다”며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마저 장기화하면서 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크게 줄어든 증권사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연성과급 도입 검토하는 증권사도, 직원들 근로의욕↓

실적 감소가 잇따르자 증권가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성과급 시즌을 앞두고 직원 대상 전체 이연성과급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당초 1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제도를 수정해 금액 제한 없이 모든 성과급을 이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권사의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부동산 PF 부실 여부에 따라 향후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철저한 성과급 환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한국투자·미래에셋·KB·키움·NH투자·신한투자·삼성·하나증권 등 9개사가 2019년부터2022년까지 지급한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은 8,510억원에 달했다.

이연성과급 제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자 증권사 임직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통상 IB 등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사 직무는 신입부터 이직이 잦은데, 성과급이 이연될 경우 (이연된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특정 회사에 오래 머무는 인원들이 늘거나, 아니면 성공보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마저 생길 것”이라며 “이는 자칫 회사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개인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IB 업계 문화를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성과급 제도 논란은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통상 성과급 재원은 IB 부서 전체 단위로 쌓이는데, 현재 해외 자산 등 부동산금융의 부실이 잇따라 터지면서 충당금을 최대로 쌓는 부서가 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타 부서 직원들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다만 증권 업계는 내년부터 기준금리 하락 등에 따른 금융 여건 개선을 근거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회복과 주식 저점 매수를 통한 자기매매 등 운용수익의 재고가 있을 거란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선제적으로 부실에 대비한 대규모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성장이 가능하다”며 “현재 국고채 3년물 3.88%인 금리가 내년 말 2.9% 정도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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