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 “연금개혁 없다면 50년 뒤 정부 부채 GDP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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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2023년 韓연례협의 보고서’의 경고
고령화, 저출산으로 노년부양비 60년새 10배 급증
보건복지부는 '숫자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내놓기만
인구 고령화 및 향후 50년간 연금 정책(기존 제도 적용)을 반영한 한국 정부의 부채 부담 추이/출처=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경제가 머지않은 미래에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IMF는 50년 뒤엔 한국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막대한 재정 부담이 예고되는 가운데,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에는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실상 굳어진 저성장, “연금 통합 해야”

19일 IMF는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2023 Article IV Consultation)’를 통해 한국의 GDP가 올해 1.4% 성장에 그친 후 2024년에 2.2%로 소폭 반등하고, 이후 2028년까지 2.1~2.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향후 몇 년간 2.1~2.2%로 낮췄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이다.

지난해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3~2.4%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1년 만에 하락한 것이다. 이마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경고다.

IMF는 특히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재정 부담을 지적했다. 연금 개혁 없이는 2075년 정부부채 규모가 GDP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를 모두 부담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41년부터는 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에 IMF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퇴직 연령 상향 외에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의 통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현재 42.5%) 인하는 노후 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소득 하위 70% 고령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급여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및 연금액 증가 전망/출처=보건복지부

저출산, 고령화가 이끄는 한국의 추락

이렇듯 최근 들어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장률은 이미 정체 단계에 들어섰고, 재정 건전성도 중장기적으로 악화하는 모양새다. 외환위기가 휘몰아친 1990년대에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7.32%에 달했으나 2000년대 들어 4%대, 2010년대엔 3%대로 떨어졌다. 2019년부터 따지면 성장률이 3%를 넘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 2021년 4.3% 성장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역성장한 전년도 기저 효과로, 올해는 물론 향후 전망치를 따져 봐도 이제 3%는 기대하기 어렵다.

피크 코리아의 배경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목된다. 한국은 2050년이면 노년부양비 80명으로, 일본을 넘어선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당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 주체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반대로 이들이 부양해야 할 인구만 증가하는 만큼 경제는 위축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금·노동 개혁 없이는 피크 코리아라는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폭탄 돌리기’하는 정부,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진다

사태가 심각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은 반쪽짜리 수준이다. 보험료율 등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7일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막상 공론화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과제를 국회에 넘긴 꼴이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둔 국회가 연금개혁에 착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연금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 뒤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고 공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이후 모든 정부와 국회는 당장 인기 없는 연금개혁을 다음 정부, 다음 국회로 넘겨왔다. 올해가 국민연금 운영 방안을 보고하는 해임에도 역시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또다시 해가 넘어가게 됐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7세였던 기대 수명은 2020년 83.5세로 늘어났다. 반면 1988년 1.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국민연금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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