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홍콩 ELS’ 등 수수료 연 2,000억원 규모 추산, “ELS 집중 판매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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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3분기 누적 신탁수수료 이미 1,470억원
미국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70%대인 반면, 국내 은행은 10%도 안 돼
홍콩 ELS 손실 논란 커지자, 일부 은행은 ‘타 ELS 갈아타기’ 수수료 면제 등 검토
이복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올해 대형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수수료가 포함된 신탁수수료 수익이 전체 은행 수수료 수익의 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총이익의 90% 이상을 이자이익으로 벌어들이는 시중은행들은 신탁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ELS를 집중 판매해 왔다. 다만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ELS 사태로 인해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이자이익’ 확대 위해 ELS 집중 판매

지난달 30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표한 ‘금융: ELS 이슈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ELS 판매 수수료가 포함된 신탁수수료 수익은 연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론 이미 1,470억원을 기록 중이며, 이는 전체 은행 수수료 수익의 20%에 달한다.

은행권이 ELS를 집중 판매한 이유는 총이익 가운데 ELS 판매수수료를 비롯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시중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30조9,366억원으로 전체의 91.8%를 차지하는 반면, 비이자이익은 8.2%에 그친다. 미국의 은행권 이자수익이 30%대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은행권은 사업구조 특성상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국내 은행권 관계자는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 등 각종 서비스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미국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점도 예금계좌 수수료와 같은 은행의 고유업무 수수료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미국 주요 은행 수준의 예금계좌 관련 수수료(총예수금의 0.27% 수준)를 받을 경우 비이자이익 비중이 약 9.3%p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지주 전체로 봤을 때 시중 4대 은행의 ELS 판매수수료의 전체 수수료수익 내 비중은 세전 이익 대비 3.2%로 그다지 높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ELS 잠정 판매 중단에 따라 향후 이자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것과 더불어, 전반적인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수수료 이익 확보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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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들, ELS 판매 과정서 적합성 원칙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 있어”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ELS 가운데 약 8조4,1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의 계약 시점은 2021년 상반기로, 당시 H지수는 최고 1만300~1만2,000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현재 지수가 그 절반 수준인 6,000선에 머물면서 내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약 4조9,000억원(60%)에 달하는 물량이 손실 영향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불거지자 5대 은행은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에 착수한 결과 ELS 가입자 중 20%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드러나면서 은행들이 적합성 원칙이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와 같은 고위험, 고난도 상품을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에게 특정 시기에 고액으로 판매했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 노후보장 목적으로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한 것 자체가 적합성 원칙을 따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국이 은행들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서자 일부 은행들은 홍콩 ELS 상품 만기 도래 고객을 대상으로 다른 지수와 연계된 ELS나 주가연계펀드(ELF)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LS는 만기 시 신탁과 펀드의 계약이 함께 종료되는 구조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또 다른 신탁과 펀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때 신탁과 펀드 가입 수수료는 통상 1~2.5%가량 되는데, 신탁과 펀드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해당 수수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논란을 잠재우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 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홍콩 ELS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ELS에 3억원 가까이 투자한 은퇴자 L씨도 “투자를 시작하고 1~2년 가까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상품을 바꾸면 스트레스만 연장되는 꼴이라 응할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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