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스라엘 전쟁서 발 빼는 미국, 바이든에게 급한 전쟁은 내년 ‘미국 대선’

pabii research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양상 '방어전'으로 전환하겠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저강도 장기전 진행 유도
내년 대선 앞둔 바이든, 지지부진한 전쟁서 출구전략 모색하나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서 관망하는 미국_20240102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목표를 ‘러시아 격퇴’에서 ‘방어 강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략 역시 고강도 공세에서 저강도 장기전으로 바꿀 것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두 전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던 미국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연장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美 소극적 태도에 방어전으로 전락한 우크라 전쟁

27일(현지 시각)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수복하는 것이 아닌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두도록 지원했지만, 이제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개선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자는 “백악관은 여전히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우크라이나 측의 목표를 지지한다”면서도 “그간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그리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을 상대로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 철조망과 대전차 장애물 등을 설치해 요새화하는 등 방어 시스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27일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미 의회 상황을 감안해 백악관 보충 예산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2억5,000만 달러(약 3,223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사실상 미국의 마지막 원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원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보충 예산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토 점령이 아닌 ‘인내심 싸움’으로 번질 경우,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은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권력을 성공적으로 장악했고, 이란·북한 등으로부터 부족한 무기고를 채워 정치와 군사를 모두 잡았다”며 서방 국가의 원유 가격상한제 등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탓에 경제력도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짚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어둡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군 최고 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이 갈등을 빚고 있으며, 내부 여론에서도 부패 스캔들과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젤렌스키의 입지가 악화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방위적 도움을 약속했던 미국의 원조가 더딘 탓에 무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 의회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늘리겠다며 요청한 600억 달러 규모(약 78조원)의 예산을 집행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도 500억 유로(약 71조원)의 재정 지원을 시도했으나, 헝가리가 반대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마스와의 장기전 시사한 이스라엘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도 저강도 군사작전으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각종 살상 무기를 동원해 적과 무력 충돌을 벌이는 고강도 전쟁과 달리 저강도 전쟁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심리적 수단으로 싸우는 전쟁 양상을 뜻한다. 바이든은 지난 15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해당 사안을 논의했으며,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이 워싱턴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같은 사안을 다뤘다. 내달 5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이 예정돼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서안지구도 들를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도 찾아 중동 상황 전반에 관해 대화를 나눌 전망이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요구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 조직원들을 색출해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방향의 장기 저강도 교전을 준비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에 폭 1㎞의 완충지대를 확대하고 보병 병력을 주둔시키는 등 장기전 전환에 나섰다. 이에 대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테러 조직을 해체하는 데는 지름길이 없다. 계속해서 그들을 공격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추격할 것”이라며 “전쟁은 향후 몇 달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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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전에 다가온 美 대선, 바이든에 리스크로 작용하는 두 전쟁

이처럼 미국이 두 전쟁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건 내년 11월 예정된 미 대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이 지속됨에도 쉽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전쟁으로 인해 바이든이 좌우 양쪽 진영에서 모두 공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학교가 이달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65% 이상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며 바이든에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 진보층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만7,000명에 육박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결속이 약해진 점을 들어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미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52%대 42%로 앞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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