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남은 ‘금투세 폐지 법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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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금투세 폐지 담은 '조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 불발
주식 투자로 발생하는 차익에 20~25%의 세금 부과하는 것이 골자
정부, 코리아 디스카운드 개선 위한 세제개혁으로 금투세 폐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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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부자감세’ 논란에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주식시장 투자 위축 우려, 소액 주주 이익 보호 등은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세제 개혁의 일환으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금투세 도입 2년 유예에 이어 금투세 폐지 방침 공식화

제21대 국회 임기가 두달 남은 1일 현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초 정부는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인 지난 2월 29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상정이 불발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금투세 폐지 법안을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에 금투세 폐지 법안은 총선이 끝난 후 열리는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거나 폐기 수순을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금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금투세는 2023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같은 해 12월 여야 합의를 통해 제도 시행이 2년 유예됐고 시행 시기는 2025년으로 미뤄졌다. 본격 시행을 1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올해 1월 2일 윤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가 과도한 과세 부담을 야기해 선량한 투자자에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금투세 폐지를 재차 강조한 데 이어 지난 2월 발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자본 시장 선진화 추진 방향’에도 금투세 폐지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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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집합투자증권 등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자본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금융 투자 상품에 따라 제각각으로 적용되는 소득 과세 제도를 ‘금융투자소득’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세표준 3억 원 이하에 대해서 20%, 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를 통해 얻은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는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한다. 반면 현행 제도에서는 근로·사업·부동산 거래 등으로 발생한 소득이나 자본수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만 주식 거래를 통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 대신 대주주에게는 20~25% 세율의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양도가액의 0.35% 수준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한다.

적용대상 대주주에서 일반투자자까지 확대하면서 ‘부자감세’ 논란

사실 금투세는 도입 당시부터 여러 논란이 있었다. 특히 종목당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부과하는 주식양도세를 일반투자자로 확대·적용한다는 점을 두고 ‘부자감세’ 논란이 이어졌다. 주식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연 5,000만원의 차익이 20%~25% 세율의 금투세를 부과할 만큼의 수익인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더욱이 투자 손실에 대해서는 보전하지 않으면서 투자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권별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투자자 배당과 관련해 펀드 수익금을 금융투자소득과 배당소득으로 나누어 과세하는데 이때 투자자별 기준가격 산정이 어려워 원천징수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업계도 배당소득을 일원화하면 사모펀드가 세금폭탄에 맞으면서 투자자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펀드 수익금을 배당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 총 15.4%의 세율이 적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식시장의 약세 속에 시행시기가 재차 미뤄지면서 사실상 금투세 시행의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의견도 있다. 금투세는 분명 주식, 부동산, 예금 등 금융 투자 유형에 따른 세제 차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금은 제도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크면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3년간 금투세의 시행을 두고 적용범위, 도입시기가 자주 바뀐 것도 결국 납세자인 일반 투자자의 반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개인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증권거래세의 경우 주식을 매도할 때만 부과되는 방식으로 매수할 때는 별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금투세와 달리 증권거래세는 세율이 매우 낮은 데다 증권사 수수료와 함께 자동으로 정산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도 낮은 편이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2023년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2024년 0.18%에 이어 2025년 0.1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될 예정이다. 채권도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금투세가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은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제의 기본 구조를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소득세는 국내 거주하는 개인에게 징수하는 세금으로 기관은 이미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으며 비거주자인 외국인에 대해 소득세를 논의하는 것은 조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 등에서는 정부의 논리가 기관, 외국인, 역차별 등과 같이 개미 투자자를 자극하는 단어로 금투세 논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기준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한다면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소득 상위 1%가 전체 주식의 70% 이상을 소유한 불평등한 시장으로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비과세 시스템은 소수의 주식 자산가에 유리해 조세 정의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즉 정부의 금투세 폐지 주장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 △조세 형평성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금융 선진화 △신뢰 등을 훼손하는 퇴행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은 금투세 폐지 아닌 ‘후진적 지배구조’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혀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금투세 폐지가 필수적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수준이 유사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자본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소액주주 증세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증권거래세율을 낮춰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로 인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투자자 이탈로 인한 주식시장 침체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세수 감소는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과도한 과세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탈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실제 금투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크게 확대되고 징수 세금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큰 수익을 내는 전문 투자자들의 세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년간 주식 거래를 토대로 산출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상장주식 투자자 기준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 다른 금융상품의 투자자까지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금투세로 인해 주식 투자가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논리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5,0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투자 수익이 5,100만원이라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100만원에 대해서만 20%의 세율이 적용돼 세금 20만원이 부과되는 구조다. 실제 투자 수익이 1억원을 넘어야 금투세도 1,000만원을 넘어가는 것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과세 대상 추정치 15만 명은 전체 투자자의 2.5% 수준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투자 수익이 1억원 미만임을 감안할 때 소액의 차익을 거둔 일반투자자가 금투세를 부담할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다.

따라서 금투세로 인해 전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예상도 과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물론 고액의 개인 투자자가 금투세로 인해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반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체 투자 시장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금투세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저평가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금투세는 과세 원칙, 조세 정의, 세수 확보 등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는 무관하다. 사실상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있다. 현재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 소액 주주들은 제도를 통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배 주주의 전횡에 대한 예방이나 통제 시스템도 미흡하다. 지배 주주에 의해 이사회가 선임되는 사례가 많아 지배 주주에 대한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에 일감 몰아주기, 편법을 동원한 지배권 승계, 이중 상장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 등 세제개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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