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이홀딩스의 굳건한 ‘SBS 지키기’,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뒷전인가

pabii research
태영인더스트리 팔아치운 태영 일가, 태영건설 아닌 티와이홀딩스 빚 갚았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미상환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전부터 '삐걱'
총력 기울여도 힘든 워크아웃 졸업, 채권단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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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물류 기업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자체 지주사 채무 보증 해소에 사용했다.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공급에 활용하기로 했던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태영 일가가 쇠락 직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보다 우량 계열사인 SBS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매각 대금, 태영건설 아닌 다른 곳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은 태영 일가에 2,400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안겨줬다. 40% 지분을 보유했던 티와이홀딩스에는 960억원이, 나머지 60% 지분을 보유했던 오너 일가에는 1,440억 원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태영그룹과 채권단은 윤재연 대표가 확보한 금액을 제외한 자금 약 1,550억원을 태영건설의 채권 상환에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이후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해주기로 한 1,133억원 중 실제 대여 금액이 400억원에 그쳤다는 점이 알려졌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가 티와이홀딩스가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500억원가량을 갚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태영 일가는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목돈을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 지원에 활용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 일가가 위기에 봉착한 태영건설보다 SBS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의 생존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티와이홀딩스는 SBS 지분을 38%가량 보유한 대주주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위기로 SBS 측의 ‘부실 전가’ 우려가 심화한 가운데, 이번 매각 대금을 티와이홀딩스에 쏟아부으며 우선순위를 굳건히 했다는 분석이다.

“다 팔아도 SBS는 안 판다” 태영 일가의 고집

현재 태영그룹은 자회사를 줄줄이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에코비트마저 시장에 나왔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을 합병해 만든 기업으로, 현재 지분은 TY홀딩스와 KKR이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자그마치 18.8%에 달하는 흑자 기업이며, 몸값은 약 2조~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일가는 주요 계열사는 내놓더라도 SBS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지난해 12월 28일 티와이홀딩스는 대표이사 명의로 SBS에 입장을 내고 “SBS의 경영과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티와이홀딩스 소유의 SBS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같은 날 방문신 SBS 사장도 담화문을 내고 “현 지주회사 체제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SBS의 경영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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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권단과 여타 이해관계자는 필요시 SBS 지분 매각을 감수해야 한다며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워크아웃이 개시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채권액 기준) 이상이 동의해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티와이홀딩스의 매각 대금 활용 방식을 접한 채권단은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면 워크아웃이 결국 세금으로 태영건설을 도와주는 식으로 진행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태영건설을 살리고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한 일가의 노력이 절실한 가운데, 무작정 ‘SBS 살리기’에 무게를 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크아웃도 녹록지 않다, 2009년 금호산업의 그림자

태영건설 사태를 접한 업계는 2009년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금호산업은 2009년 12월 30일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10년 4월 14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금호산업은 △2010년 금호렌터카 매각 △2011년 금호고속 물적분할, 대한통운 매각 △2012년 금호고속 매각 △2013년 베트남 금호 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 주식 양도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자회사를 줄줄이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있는 태영그룹과 유사한 행보다

2014년에는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57.6%)에 대한 처분이 완료될 경우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건부 연장안(2년)이 추진됐다. 이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9.85%) 금호산업(7.99%) 지분을 매각해 1,521억원을 마련했다. 이어 CJ 등 총 9개 기업을 특수목적법인인 ‘금호기업’ 출자자로 참여하도록 해 2,700억원을 조달했고, NH투자증권이 주선한 인수 금융(신디케이트론)을 통해 3,000억원을 마련했다. 채권단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7,228억원)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채권단 지분을 박 회장(금호기업)이 고스란히 인수하면서 경영권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워크아웃은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재계 순위 7위에까지 이름을 올리던 거물이었으나, 현시점에는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26위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는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덕택일 뿐이다.

금호산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워크아웃은 모든 것을 내려놓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최후 수단’이다. 하지만 태영 일가는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을 지키기 위해 자금을 활용, 태영건설 자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에 실패, 고스란히 법정관리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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