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향 그리는 고용률 그래프, 정작 청년층은 ‘고사’ 직전

pabii research
고용률 '역대 최고치', 고령층 취업자 수 크게 증가
끊어지는 경제 허리, 청년층 및 40대 취업자 수 '감소세'
고령층과 여성이 견인한 고용률, "사실상 '허수' 아니냐"
2023년-12월-고용동향-경제활동인구-구조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30만 명 넘게 늘어나며 고용률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제 주력군인 청년층(15~29세)과 40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고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실상 허수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취업자 수만 늘어난 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수치적인 고용률만 늘었지 현실은 암담한 상황인 셈이다.

고용률 0.5%p 증가, 정작 청년층 고용률은 ‘하락’

통계청은 10일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2,841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대비 32만7,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14년(59만8,000명) 이후 ▲2015년(28만1,000명) ▲2016년(23만1,000명) ▲2017년(31만6,000명) 동안 20만~30만 명대 증가 폭을 보이다가 2018년(9만7,000명)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다 2019년 30만1,000명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며 2020년 21만8,000명으로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21년(36만9,000명) ▲2022년(81만6,000명)의 호조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 엔데믹 효과가 눈에 띄던 2022년보단 둔화했지만 전반적인 취업자 수는 증가 추세”라며 “돌봄 수요의 증가와 일상 회복에 따른 회부 활동 증가 등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3년 연속 계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14만3,000명)·숙박및음식점업(+11만4,000명)·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7만 명)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4만3,000명)·도매및소매업(-3만7,000명)·부동산업(-1만8,000명) 등에서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36만6,000명 늘어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견인했다. 50대와 30대도 각각 5만9,000명, 5만4,000명 늘었다. 반면 20대에서 8만2,000명, 40대에서 5만4,000명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47만8,000명 증가했으나, 일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는 각각 9만 명, 6만1,000명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5만4,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000명 증가했으나 무급가족종사자는 5만6,000명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전체 고용률은 62.6%로 전년보다 0.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연간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래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2%로 전년 대비 0.7%p 상승했다. 이 역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그러나 정작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6.5%로 전년 대비 0.1%p 하락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고용률은 71.3%로 전년(71.5%) 대비 0.2%p 하락했고, 여성 고용률은 54.1%로 전년(52.9%) 대비 1.2%p 상승했다. 남성의 경우 30대와 40대 등에서 하락했으나 여성의 경우 30대와 60세 이상 등에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지는 ‘고용 서프라이즈’, 왜?

작년 실업자 수는 7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6,000명 줄었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2.7%로 전년보다 0.2%p 하락했다. 2%대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자연실업률 3%대 초반)을 넘어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이를 마냥 좋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순 수치 비교만으론 식별이 어려운 ‘고용 퍼즐’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 고용 지표는 제조업에서 경기에 후행(6~12개월 시차)하고 서비스업에선 동행하는 편인데, 2023년 수출·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상반기 실질성장률이 0.9%(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음에도 ‘고용 서프라이즈’는 지속 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 불황에도 고용 증가가 나타난 건 여성과 고령층의 역할이 컸다. 고령자 취업은 60대를 중심으로 여성·남성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은퇴한 고학력 베이비부머(60대)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도 좋아져 일에 대한 욕구가 여전하다. 여성은 ‘자녀 없는 30대’에서 취업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대 실업은 어떤 의미에선 우리 사회의 저출산 상처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생산성 저하에 따라 여성·고령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공요 증가에 한몫했다. 대략 201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하락 추세에 들어섰다. 주 40시간과 주 52시간 근로상한제 제약 속에 예전과 동일한 제품 수량을 생산하는 데 투입해야 할 노동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고용풀이 여성과 고령층에까지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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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질 하락 우려 가시화

이를 정리해 보면 결국 2023년도 고용 증가는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 해소보단 ‘여성 및 고령층 일자리 보전’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지표상 청년층 고용률은 오히려 줄었다. 또한 산업별로 질 높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 부동산업 등에서 고용이 감소한 점은 상당히 뼈아픈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격동의 사회 속 그나마 긍정적으로 비치는 현상은 여성 고용률의 증가다. 다만 이조차도 여성 일자리 창출 효과라고 과감히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상 팬데믹 등 사회적 어려움을 겪은 뒤 ‘내몰린’ 이들이 질적으로 다소 떨어지는 일자리라도 급하게 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기혼여성 취업자가 가장 많이 일하는 산업군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8.2%), 교육서비스업(16.1%), 도소매업(12.9%), 숙박‧음식점업(7.4%) 등 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 속한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차후 취업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길어지는 불황과 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채용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업 중 64.6%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65.4%였는데, 이들의 채용 규모 자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57.8%에 그쳤고,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24.4%에 달했기 때문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 답한 기업은 17.8%로 가장 적었다. 기업들은 작년보다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수익성 악화 및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등을 언급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에 악재가 겹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전경련의 조사에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찾기 어려움(30.9%)’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인재를 적극 구인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인원(미충원 인원)은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상반기(6,000여 명)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 중국경제 불안정, 고금리·고환율 등 경영 불확실성 증폭으로 채용에 보수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파, 노동개혁, 조세부담 완화 등 기업 활력을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고용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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