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폐기될 운명에 처한 ‘실거주 의무 폐지’, 둔촌주공 입주예정자들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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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반대로 국토위 법안심사 소위 개최 무산
21대 국회 회기 종료는 코앞인데, 날아간 주택법 개정안
11월로 당겨진 둔촌주공 입주 시기, 실거주 의무로 후폭풍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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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아파트’가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굳게 약속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입주 전후 혼란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주택법 개정안, 사실상 폐기 수순 밟나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개최가 최종 무산됐다. 이로써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된 주택법 개정안 논의도 없던 일이 됐다. 당초 국토위는 지난해 12월 국토법안 심사 소위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했으나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월로 안건을 보류한 바 있다.

소위 개최 무산 소식이 보도된 이후 여당 측 국토위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소위를 열지 못했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 입장만 정리된다면 언제든지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전했다. 여야가 오는 15일부터 내달 8일까지 1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해 추가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회의적이다. 한 정치계 인사는 “주택법 개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21대 국회가 5월 회기를 마치면 곧바로 총선이다. 법안이 논의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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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2월 22일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잔금도 실거주도 쉽지 않다, 둔촌주공의 악몽

문제는 주택법 개정안 무산의 불똥이 실거주 의무 폐지에 희망을 건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게로 튀었단 점이다. 특히 1만2,032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시기 마저 내년 초에서 올해 11월로 당겨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해당 단지는 부동산 단기 투기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입주 후 5년 동안 실거주를 해야 하는 의무가 걸려 있다. 만일 실거주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매매하는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이 리스크로 인해 둔촌주공아파트는 지난 2022년 말까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난해 1월 ‘1.3 미분양 대책’을 발표하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거론하자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은 전부 채워졌다. 복병이 된 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기 위해 반드시 국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대다수 부동산 관계자들은 21대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인 상황에서 야당이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폐지를 자신했다. 이를 간과한 대가는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입주예정자들에게 ‘짐’으로 돌아왔다.

이제 둔촌주공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당장 수억원대의 잔금 마련이 급하게 됐다. 예컨대 둔촌주공 전용 84㎡ 일반분양 평균 가격이 12억원일 경우 계약금은 1억원, 중도금 대출이 7억원, 잔금이 4억원이다. 만일 전세를 내주게 되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 4억원을 치르고 중도금 대출도 일부 충당할 수 있지만 해당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잔금 마련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최초 입주일에서 3~4개월 내로 입주하거나 막대한 중도금 대출 이자를 감당한 채 LH에 저가매입을 신청하는 선택지만 남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던 정부는 현재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이에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공언한 만큼 정부에서 ‘둔촌주공’ 입주 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기를 약속한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입주 유예기간을 부여한다거나, 세입자를 구해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등 정부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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