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더니 이 정도였어?”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건설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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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통보된 '아파트 계약 해지 공문'
위기에 빠진 건설 업계, 서울 강남 노른자땅 재건축 포기할 정도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에 유동성 문제까지,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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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동 ‘인천가정2지구우미린B2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발송한 계약 해지 공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건설 업계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건설사에서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심지어 강남 노른자 땅에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가시화된 건설 경기 침체가 올해 더욱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의 공사 포기 러쉬

25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동 ‘인천가정2지구우미린B2블록’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공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건축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다 앞선 16일에는 더유은이 오는 3월 준공 예정이었던 전북 익산시 중앙동 민간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의 공사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날 신일건설 역시 지난해 법인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해 시공 중인 현장 4곳 중 2곳의 계약자들에게 분양 취소 사실을 안내하고, 분양 대금을 반환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공사가 멈추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7차 아파트’는 건설사들의 미 응찰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가깝고 한강 변이라는 메리트가 있었음에도 재입찰을 진행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1구역’도 입찰 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할 수 있는 건설사가 없어 조만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시작한다. 심지어 대형 건설사로 분류되는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 개발사업 시공에서 손을 뗐으며,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강남구 대치선경3차 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조차 사업 포기를 선택하는 주요 원인은 ‘공사비 상승’에 있다. 실제로 대치선경3차 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지난 2021년 현대건설이 3.3㎡당 845만원, 총공사비 753억원을 제안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는데, 이는 당시 기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사비였다. 하지만 2년 사이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당초 계약했던 공사비로는 사업 진행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 가격이 2021년 6월 톤당 7만5,000원에서 2년 뒤인 2023년 6월 톤당 10만5,000원까지 약 40% 뛰었고, 철근 등 필수 원자재도 수십만원 단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건설업 침체에 도산하는 기업도 증가

건설 업계 침체는 지난해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부터 조짐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인허가 규모는 아파트 기준 25만1,08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줄었으며, 비아파트의 경우 4만3,3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0.6%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8.3%, 지방이 41.8% 각각 감소했으며, 전체 주택 착공은 17만378가구로 전년 대비 52.4% 떨어졌다.

이에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21개 건설사 대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났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기업도 증가했다. 25일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처리된 종합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2022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으며, 건설 분야 전체 폐업 신고 건수는 2,347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590곳이 폐업 신고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가 해결 조짐 없이 지속되면서 건설 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건설사의 경우 재무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철회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중견·중소건설사는 사업 철회가 아닌 폐업을 고려하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에 사업장을 갖고 있어 설사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손해를 입고, 사업을 철회하더라도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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