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여도 가격 안 떨어지네”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 여기가 집값 바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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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 매매 물건 누적에도 '상승 전환'
빠르게 매물 소진되는 전세 시장, 상승세 뚜렷
일시적인 현상인가, 시장 회복의 시발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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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매 시장이 매물 누적 압박을 이겨내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집값 상승 기대로 처분이 급하지 않은 ‘갈아타기’ 매물이 증가한 한편, 전세가가 뛰며 매매가 상승 압력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의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업계는 차후 시장 반등의 가능성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

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파트 매매 물건이 증가 추세가 관측되고 있다. 28일 부동산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시 내 매매 매물은 전년 동기(5만9,728개) 대비 39% 증가한 8만3,320개로 확인됐다. 2021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4만여 개에 그쳤던 매매 물건이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는 매물이 11만5,904개에서 15만2,849개로 31% 증가했으며, 인천에서도 누적 매물이 28% 급증했다. 통상적으로 이처럼 시장 전반에서 매물이 누적될 경우, 매매가는 자연히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쌓이고 있는 매매 매물의 호가는 시세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소위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가격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매물을 높은 가격에 내놓고, 추후 더 비싼 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집주인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제 이달 셋째 주 서울 집값은 보합(0%)을 기록하며 기나긴 하락 국면에서 벗어났으며, 넷째 주(25일 기준)에는 전주 대비 0.01% 뛰며 17주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부동산 거래량 역시 시장 회복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2,111건으로 전월(2만6,934건) 대비 19.2% 증가했으며,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은 총 4만3,491건으로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지난해 8월(3만9,277건)부터 12월까지 위축돼 있던 매매 거래 시장이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급감하는 전세 매물, 전세가도 ‘상승곡선’

누적된 매매 물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전세 매물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수도권의 전세 매물은 △서울 -28.9% △경기 -27% △인천 -38% 등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장 내 매물이 줄며 전셋값 역시 상승 흐름을 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의하면 이달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전세가는 46주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수 대기자가 전세 수요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역세권·신축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전세-매물-감소-추이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9,390만원 수준이다. 같은 달 서울의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0.8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6,000여 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의 전셋값 전망을 조사, 0~200 범위로 수치화해 나타낸 것이다. 지수가 기준선을 100을 넘어서면 ‘상승’을 전망한 비중이 높다고 풀이한다.

전세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급 불안이 지목된다. KB부동산 기준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9.1로 전년(62.0)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전세수급지수(0~200)는 아파트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높을수록 시장 내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세가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매매 시장 역시 간접적인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전세 시장의 변화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매매가 회복세를 일부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 반등은 언제쯤

관건은 이 같은 회복의 ‘조짐’이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반등으로 이어질지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매매 시장은 눈에 띄게 위축돼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주택 구입 부담이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다주택자·법인 등이 취득세 부담을 고려해 줄줄이 매입을 멈추면서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현재 최대 12%에 달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취득세 중과 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정작 관련 법률 개정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현재 부동산 시장은 무주택자, 1주택자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절대적인 거래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매매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집값 바닥론’의 확산이 시장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실수요자들이 얼어붙었던 매매 시장에 대거 진입할 경우, 다주택자 투자 수요 이탈의 빈틈이 메워지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에서는 현재 집값이 ‘최하단’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등 집값이 상승 전환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난 17주간 가격 하락세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급작스러운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복의 조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차후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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