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떨어진 물가 상승률, 2% 초반대 안착하나

pabii research
설 앞둔 1월 물가 2%대로 '뚝', 지난해 7월 이후 처음
EU·일본도 전년 대비 둔화, 각각 2.8%, 2.3% 상승
단, 대내외 변수 많아 경계감 늦추긴 이르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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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공공요금 동결 기조와 국제유가 안정화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시장 일각에서는 피벗(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가 곳곳에 퍼져있는 만큼 안도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 압력 약화 및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100)로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3.4%)부터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에 머물렀던 물가는 새해 들어 2%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도 계속됐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들어온 것은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의 상승 둔화를 부추긴 건 석유류였다. 1년 전보다 5.0%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p) 떨어뜨렸다. 반면 농산물은 15.4%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을 0.59%p 끌어올렸다. 지난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이다. 외식 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해 0.60%p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 폭은 2021년 11월 4.1% 상승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2.6% 올랐다. 이는 2021년 11월 2.4%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상승했다. 이 또한 2021년 12월 2.2% 상승한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장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지난해 10월 4.5%를 시작으로 11월 3.9%, 12월 3.7%를 기록하며 둔화하는 흐름이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과일과 채소는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랐다. 신선 과실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신선 채소와 신선 어개도 각각 8.9%, 2.0% 올랐다.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하락세 전환

물가 하락 흐름은 주요국에서도 포착된다. 1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9%와 비교해 0.1%p 둔화한 수치다. 근원물가 상승폭도 12월 3.4%에서 1월 3.3%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유럽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전문가들의 예상과도 일치한다고 봤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담배·주류 가격 상승률은 5.7%, 서비스는 4.0%, 공업제품은 2.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 가격은 -6.3% 떨어졌다.

EU 회원국 가운데서는 경제규모 1위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3.1%로, 전월 대비 0.7%p 낮아지면서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독일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0월 10.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11월 3.2%에서 12월 3.8%로 반등한 바 있다. 독일 역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지난달 4.1% 올랐으나 1월에는 2.8% 하락했다. 식료품은 3.8% 올라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주도했지만 지난달 4.5%에 비하면 상승 폭이 줄었다. 프랑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4%로 예상(3.3%)을 소폭 웃돌았으나 지난해 12월(4.1%)보다 크게 낮아지며 물가 둔화 추세를 확인시켜줬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2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개월 연속 둔화세로, 2022년 6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전기·가스 요금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으며, 가공 식품의 상승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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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Fed 유튜브 캡처

인플레이션 둔화세에 피벗 기대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가시화하자 일각에선 긴축 통화정책의 피벗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월 금리 인하설’을 일축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까지 2% 후반대에 머물다 하반기 들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로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내외 변수가 많아 당장 경계감을 풀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물가 상방 압력 변수로는 작황 부진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상승, 총선 이후 또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확산 등이 거론된다. 또한 이달 소비자물가 둔화를 견인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증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이 올해 들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동 리스크 심화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경우 공급자 측 가격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역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다. 중국 경기침체 심화,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 등이 현실화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함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물가가 완만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올해 물가를 자극할 변수가 적지 않다”며 대외적으론 환율의 변동성 확대와 우리와 동조성이 높은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전쟁과 국제 분쟁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하반기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도 그에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원화량이 늘어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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