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내려야 하고, 마진도 챙겨야 하고” 불붙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 후발 주자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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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 시달리는 르노·스텔란티스, 비용 절감에 속도 낸다
"이대로 가단 다 죽는다" 과열되는 전기차 시장 내 가격 경쟁
테슬라·BYD 점유율만 성장한다? 추격 기업들 성장세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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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후발 주자인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대대적인 비용 절감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이 침체기를 맞이한 가운데, 가격 경쟁 및 실적 악화의 압박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신차 구매 수요가 중국 BYD·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 ‘양강 기업’으로 쏠리는 현재, 이들 후발 주자 기업들은 점유율 하락 추세를 떨쳐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비용 줄여라” 후발 주자 비상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 수요 둔화로 인한 ‘침체기’를 맞이한 상태다. 다수의 전기차 제조 업체가 성장 둔화 위기를 맞닥뜨렸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일종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를 잡기 위해서 보다 저렴한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업계 전반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후발 주자인 르노와 스텔란티스의 경우, 신규 모델 개발 비용 부담과 시장 침체의 타격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15일(현지시간)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까지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은 30%, 전기차는 40%까지 제조 비용을 줄이겠다”며 “비용 절감에 대한 강박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목표치)는 지난해(7.9%)를 소폭 밑도는 7.5% 수준으로 제시했다. 전기차 업황 악화, 시장 기대를 밑돈 지난해 실적 등이 마진 압박을 가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텔란티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호조였다. 순이익은 지난해(168억 유로) 대비 11% 증가한 186억 유로(약 26조6,000억원), 매출은 전년(1,796억 유로) 대비 6% 증가한 1,895억 유로(약 27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탈리 나이트 스텔란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부터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마진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격동의 해’가 도래할 것”이라고 발언, 차후 업황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전기차의 낮은 마진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추후 비용 절감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기차 가격 경쟁, 이대로는 못 버틴다?

이들 기업이 거대한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내 가격 경쟁에 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하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테슬라는 최저가 2만5,000달러 수준(추정치)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암호명 ‘레드우드’를 2025년 중반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 역시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 주자 기업 역시 시장 내 가격 경쟁에 속속 참전하는 추세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0월 저가형 전기차 시트로엥 e-C3를 공개하고, 시작 가격을 2만3,300유로(약 3,330만원) 선에서 책정했다. 대표적인 ‘가성비’ 전기차 브랜드로 꼽히는 BYD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가 4,4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당시 업계는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업체를 필두로 벌어진 가격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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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e-C3 모델/사진=스텔란티스

문제는 이 같은 과감한 가격 경쟁이 후발 주자 기업에 ‘승기’를 안겨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생산 비용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4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한 비용 절감 없이 가격 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업 측이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뒤집어쓰며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는 “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려는 경쟁(rush)이 ‘피바다’로 끝날 것”이라며 현 시장 상황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내치기도 했다.

‘양강 기업’ 제외하면 지지부진, 경쟁의 결과는

실제 전기차 시장 후발 주자들의 노력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인도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1위는 BYD(20.5%)였다. BYD는 전년 대비 100만 대 증가한 288만 대를 고객에게 인도, 자그마치 58.3%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위 테슬라(점유율 12.9%)는 180만 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해 37.7%의 성장률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2위를 제외한 여타 전기차 기업의 점유율 추이다. 3위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점유율은 7.1%로, 전년 대비 0.7%p 감소했다. 4위인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지난해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1.3%p 미끄러진 6.5%에 그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아이오닉 5·6, EV6, 니로, 코나 등의 모델을 앞세워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56만 대를 판매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4.0%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6위를 기록한 스텔란티스의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4.0%까지 미끄러졌다. 성장률 역시 상위권 업체 대비 부진한 16.2%에 그쳤다. 르노는 전기차 인도량 순위 10위권 내에 아예 이름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인도량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뒤를 ‘추격하는’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경쟁을 이어가며 점유율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현 시장 상황이 고착화할 경우 수년 내로 전기차 업계 내 ‘적자생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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