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부동산 선행 지표’ 경매 시장, 하반기에도 침체 기조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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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경매 신청 건수 급증, 고금리에 주택 처분 급증한 영향
"사는 사람이 없어요" 매물 누적 속 유찰 반복돼
고금리 기조 장기화 전망 속 '상저하저' 조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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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법원에 접수된 전국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고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주택 처분 수요가 급증한 반면, 시장 침체로 매매 수요가 감소하며 매물이 누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인 경매 시장이 가라앉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도 침체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경매 시장에 ‘영끌족’ 매물 쌓인다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619건에 달했다. 이는 2013년 7월(1만1,266건) 이후 최대 수준이자, 전년 동월(6,786건)에 대비 56% 증가한 규모다. 경매 신청 건수는 채권자가 대출금 등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기간에 경매를 신청한 수로, 실제 입찰에 들어간 경매 진행 건수보다 한층 정확하게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매 매물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지목된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주택을 매수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은 치솟는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주택을 처분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 기조로 인해 매매 거래 전반이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채무 상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차주들은 줄줄이 경매 시장으로 매물을 토해내고 있다.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매물의 유찰이 반복되며 전반적인 경매 진행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경매 정보 공유 서비스 지지옥션(GG Auction) 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경매 진행 건수는 1만6,642건으로 전달(1만3,491건) 대비 23.4% 늘었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7,558건으로 전월(5,946건) 대비 27.1%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지는 고금리,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업계에서는 매물 누적으로 인해 경매 주요 지표 전반이 나란히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1월 부동산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개월 만에 50%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지난달 서울시 낙찰가율은 87.2%로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등 일부 주요 입지 매물이 줄줄이 감정가격(100%)을 상회한 영향이다. 결국 수요가 몰린 일부 입지 외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 기조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장 곳곳에서는 미국이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미국은 시장의 기대를 깨고 올 상반기 사실상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고금리 기조 장기화가 확정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경우, 부동산 시장 회복 효과는 내년 들어서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집값과 금리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소폭 인하된다고 해서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침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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