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와 협력 논의하는 애플, 자체 AI 모델 개발 전 ‘준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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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차기 iOS 내 구글 '제미나이' 탑재 방안 논의 중
역사 왜곡 논란 휘말린 제미나이, 기술력 한계 부딪혀
한계도 가능성도 명확한 생성형 AI, 애플은 아직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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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운영 체제(iOS)에 구글의 범용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체 AI 모델 개발 이전에 기술력을 갖춘 파트너사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 관련 서비스 제공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구글 제미나이의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구글-애플, 라이벌에서 파트너로?

현재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의 차기 버전인 iOS 18에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IT 시장 내에서 AI 기술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초부터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생성형 AI의 기반 기술) ‘Ajax(코드명)’를 개발 중이다. 문제는 현시점 애플의 AI 개발 역량이 구글·오픈AI 등 선두 주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장 iOS 18에 생성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구글 등 ‘완성형 AI 모델’을 보유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해당 논의가 구글 측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구글은 아이폰 내 ‘사파리 웹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플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 두 기업의 AI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투자를 통해 쌓아온 ‘검색 파트너십’이 눈에 띄게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이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제미나이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경쟁사인 애플이 운영 체제에 제미나이를 탑재할 경우, 구글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AI 수요를 흡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전 세계 20억 명에 달하는 막대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들이 구글 제미나이의 고정 고객층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구글은 막대한 학습 데이터 확보·제미나이 프리미엄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두 기업은) 오랫동안 모바일 플랫폼으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구글의 제미니 AI를 애플의 아이폰에 도입하는 두 회사의 제휴 논의 소식은 양사의 단기적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단 애플이 추후 자체 AI 역량을 갖추게 될 경우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손쉽게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양사는 해당 논의에 대한 블룸버그의 질문에 이렇다 할 확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제미나이의 ‘과잉 PC주의’ 논란

단 최근 구글 제미나이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제미나이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다양한 데이터 모달리티를 함께 고려해 서로의 관계성을 학습 및 표현하는 기술) 기반의 AI 모델이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폭력적이거나 지나치게 성적으로 노골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없도록 하고, 다양한 인종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내 인물의 ‘인종’이었다. 구글은 지난달 22일 제미나이 내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제미나이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이미지를 생성해 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군인의 이미지를 생성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흑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의 얼굴을 생성하는 오류를 범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이미지 생성을 요청하자 맥락과 무관한 흑인 남성의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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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가 생성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군인’의 모습/사진=X(구 트위터) 캡처

구글은 “자사가 반영하고자 했던 것보다 AI 모델이 다양성에 훨씬 민감하고 조심스러워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미나이의 PC주의적 설정이 과도하게 부각되며 예상치 못한 역사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AI 모델이 이미지 생성 요청을 거부하거나 잘못 표기하지 않도록 수정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비스 재개 시기는 아직 약속하지 못한 상태다. 구글이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의 ‘AI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애플, 할루시네이션 한계에도 ‘자체 AI 개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같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이 비단 제미나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할루시네이션은 생성형 AI 모델이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현재 제미나이를 비롯한 대다수 생성형 AI는 △잘못됐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 △존재하지 않는 사실 △정보의 맥락을 오해한 답변 등 불완전한 콘텐츠를 생성하며 할루시네이션의 ‘족쇄’에 붙잡혀 있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점진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할루시네이션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불완전한 학습 데이터가 지목된다. 생성형 AI는 출시 이전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이후 질문 내용에 가장 가까운 데이터의 조각들을 선택해 조합한다. 이용자가 AI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에 없는 정보를 요청하거나 학습 데이터에 문제가 있을 경우, 기존 학습 데이터의 조각을 적당히 조합해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생성형 AI가 자신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셈”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현시점 생성형 AI는 한계가 명확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IT 시장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늘 기술 혁신의 선봉에 서던 기업인 애플은 결코 AI 사업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애플 연구진은 정교한 사전 훈련 과정을 거친 최대 매개변수 300억 개의 대형멀티모달(LMM) ‘MM1’을 미국 코넬대 논문 저장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 자체 AI 모델 개발 노력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의 제미나이 탑재가 자체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과정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애플이 자체 AI 모델 개발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며 자금을 쏟아붓는 대신, 일시적 파트너 관계 구축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다 ‘확실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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