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뛰면 소용없다” 실효성 잃어가는 신생아 특례대출·신혼부부 특별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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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분양가, 내 집 마련 희망 잃어버린 신혼부부들
'9억원 한도'에 묶인 대출 지원, 서울 내 분양 어림없어
고금리·고분양가 기조로 급변하는 시장, 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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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혼부부 대상 부동산 지원이 ‘실효성 부족’ 비판에 직면했다. 부동산 분양가가 꾸준히 뛰고 있음에도 불구,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정부 정책지원 기준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년층들은 ‘한 박자 느린’ 정부 지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불안감을 느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연인·부부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고분양가에 신혼부부 ‘한숨’

최근 이어지는 고분양가 기조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787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4%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773만9,000원으로 전월 대비 1.57%, 전년 동월 대비 13.5% 상승했다. 수도권 분양가는 2,564만3,000원으로 전월 대비 2.33%, 전년 동월 대비 20.02% 뛰었다.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2021년부터 본격화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목된다. 건설 자재 가격이 줄줄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줄줄이 분양가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2015년=100)는 2020년 12월 106.4에서 지난해 12월 144.2로 35.5% 치솟았다. 이는 같은 기간 제조업자가 판매한 상품 전반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22.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레미콘(34.7%) △시멘트(54.6%) △철근(64.6%) △형강(50.4%) △아연도금강판(54.1%) △건축용금속공작물(99.5%) 등 건설 주요 자재의 가격이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신혼부부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고분양가 기조 속 정부의 신혼부부 대상 주택 구매 지원책인 ‘신생아 특례대출 제도’가 실효성을 잃으면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신생아 특례대출 제도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은 9억원까지’라는 명확한 한도가 있다”며 “분양가가 너무 뛰어서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 매물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통해 구입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한계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전세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주택가액 9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하며, 신청자는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등 소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올해 혜택 대상자인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입양)가구는 주택구입 자금의 경우 1.6~3.3%, 전세자금의 경우 1.1~3.0% 수준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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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이 같은 정부의 ‘기준’에 부합하는 주택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서울에서 전용 84㎡(34평형)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12억8,781만원이 필요하다(3.3㎡당 평균 분양가 단순 치환). 이는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지방도 안심할 수는 없다. 지방의 경우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공사비 상승세가 즉각 분양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업계에서는 ‘지방에서도 분양가 5억원 이하 매물은 찾기 힘들다’는 푸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최근과 같은 고분양가 기조 속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자산 기반이 부족한 대다수 신혼부부는 사실상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청년층은 아무리 대출을 끌어모아도 10억원을 훌쩍 웃도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분양가로 인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마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신혼부부 대상으로 우선 공급된 매물을 ‘망설임 없이’ 사들일 수 있는 부부는 사실상 극소수라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 ‘타이밍’을 잡아라

주거 불안으로 결혼 및 출산을 망설이는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시장 흐름을 놓친 정부 지원 제도를 적기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분양가 상승세를 감안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주택 가격 한도 등을 적극적으로 조정,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년 전,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주택 가격 상승을 감안해 한 차례 조정됐다”며 신혼부부 부동산 지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21년, 정부는 소득세법을 일부 개정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인 ‘고가주택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2008년 이후 9억원으로 유지됐던 고가 주택의 기준이 부동산 시장 상황에 맞춰 상향된 것이다. 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지원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세 부담 경감 등을 넘어 국가적 위기인 혼인 감소·저출산 해소와 직결되는 문제다. 시각에 따라서는 고가주택 기준금액 조정보다 시급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신생아 특례대출은 부동산 시장 내에서 ‘일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월 이후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같은 기간 전체 매매 계약 건수의 56.7%(1,567건)까지 치솟기도 했다(지난 18일 기준). 문제는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물 자체가 빠르게 줄어들 경우, 정책 효과 역시 순식간에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혼부부의 주택 매수 움직임이 얼어붙은 현재, 정부의 적절한 제도 개선은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고, 얼어붙은 분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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