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고, 이자 조정하고”, 삼성 일가가 상속세 부담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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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모녀, 대규모 대출 상환·이자 조정 단행
인당 부담만 수조원, 올 초 블록딜로 재원 마련하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배당 수익으로 재원 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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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가 거액의 상속세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부과된 12조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삼성 일가 3모녀(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는 주식 매각으로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 추가 부담 경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세 모녀의 ‘이자 아끼기’

재계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15일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524만여 주에 대한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2일 종가(7만8,900원) 기준 약 4,140억원에 달하는 거래다. 하나은행은 해당 계약에 따라 이 사장의 지분을 시간외 매매(블록딜) 등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이 사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89%에서 0.8%로 줄어든다.

이 밖에도 이 사장은 지난 1월 하나증권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476만여 주를 담보로 받은 대출(2,000억원) 중 1,300억원을 상환했으며, 2월에는 금리를 연 5.5%에서 5.3%로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1,000억원 규모 삼성전자 주식담보대출 금리도 연 5.4%에서 연 5.3%까지 낮췄다. 현대차증권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받은 1,500억원 규모 대출의 금리 역시 5.5%에서 5.4%로 낮췄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9,800억원 중 5,000억원을 최근 상환했다. 담보로 내건 삼성전자 주식 2,579만주 중 1,316만주 가량을 매각해 대출 잔액을 대폭 줄인 것이다. 대출 금리도 연 5.85%에서 5.67%까지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1,750억원 규모 대출 금리 또한 지난달 5.4%에서 5.3%로 0.1%포인트 조정해 재계약했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하나증권으로부터 받은 1,000억원의 삼성전자 주식담보대출 중 800억원을 상환했으며, 대출금리를 지난달 연 5.5%에서 5.3%로 0.2%포인트 낮췄다.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하나증권으로부터 받은 640억원 규모 대출 금리 역시 연 5.5%에서 5.3%로 조정했다. 대규모 상속세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대출 잔액·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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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대규모 블록딜로 부담 덜어

앞서 삼성 일가는 지난 1월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5일 삼성전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회사 보통주 2,982만9,183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이 매각한 삼성전자 지분은 홍 전 관장 0.32%(1,932만4,106주), 이 사장 0.04%(240만1,223주), 이 이사장 0.14%(810만3,854주)다. 해당 거래를 통해 이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홍 전 관장 1.45%, 이 사장 0.78%, 이 이사장 0.70%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물산·삼성에스디에스(SDS)·삼성생명은 이 사장이 같은 날 각 회사 일부 지분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 사장이 처분한 3사 지분은 삼성물산 0.65%(120만5,718주), 삼성에스디에스 1.95%(151만1,584주), 삼성생명 1.16%(231만5,552주)다. 당시 세 모녀가 매각한 주식은 지난해 10월 삼성 계열사 지분 처분을 목적으로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으로, 그 규모만 총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지난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3조1,000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각각 2조6,000억원과 2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그동안 납부한 상속세를 고려, 해당 블록딜로 부담이 크게 해소됐을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무보수 경영’ 이재용, 주식 매각도 없었다?

한편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 겸 삼성전자 회장은 이들 세 모녀와 달리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있으며, 주식담보대출도 받지 않았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삼성 계열사 지분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전반을 강화해야 하는 책무를 짊어지고 있는 만큼, 계열사 지분율을 깎아내리면서 상속세를 납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해온 이 회장은 2026년까지 매년 5,00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재 이 회장의 상속세 재원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일부 신용대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3,634억원 △2022년 3,048억원 △2023년 3,244억원(예상치) 등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한 바 있다. 단 배당금 중 49.5%를 종합소득세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실수령액은 이보다 한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차후 삼성SDS가 이 회장의 잔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통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삼성SDS는 설립 초기부터 이 회장 지분율이 높았던 계열사로, 2014년 상장 이후 2022년까지 이 회장에게 약 1,165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승계와 함께 고배당 기조가 본격화한 결과다. 2015년 500원 수준이었던 삼성SDS의 주당 현금배당금은 2016년 750원으로 증가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3,200원까지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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