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말레이시아에” 한국 직원 줄이는 SK넥실리스, 해외 생산 기지에 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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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기지 해외로" SK넥실리스, 희망퇴직 단행
비용 절감의 열쇠는 말레이시아 소재 공장
현지 정부 지원 등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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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의 2차전지용 동박 생산 자회사 SK넥실리스가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국내 대비 생산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생산 거점을 이전,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쌍둥이 공장’이 추후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전반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말레이시아로 생산 중심축 이동

7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이달부터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SK넥실리스 측은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체제를 만들기 위해 국내 고정비를 선제적으로 줄여나가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해외로 생산 중심축을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SK넥실리스 측은 지난 3일 실적 설명회에서도 “지금 가장 큰 과제는 원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읍 공장의 (생산)물량을 최대한 빨리 말레이시아로 이관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넥실리스는 향후 말레이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동박을 양산하고, 정읍 본사는 점차 생산량을 낮추면서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SK넥실리스가 과감한 수익성 제고 전략을 펼치는 원인으로는 △얼리어답터 초기 수요 급감 △고금리·고물가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전기차 ‘캐즘(Chasm,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 나타나는 수요의 하락·정체 현상)’이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SK넥실리스의 실적 압박 역시 가중됐다는 시각이다. 실제 SK넥실리스는 지난 1분기 3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보다 적자 규모를 소폭 키운 바 있다.

낮은 전력비, 높은 생산성

SK넥실리스 측이 수익성 개선 전략의 ‘핵심’으로 언급한 말레이시아 생산 기지는 코타키나발루에 위치한 두 개의 공장을 일컫는다. 현재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에서 1공장을 가동 중이며, 추가로 2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준공 이후 상업 가동 중인 1공장은 동박 제조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비를 대폭 절감하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상태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1공장의 한 달 전력 사용량은 사바주(코타키나발루) 전체 사용량의 절반 수준(80MW)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력비는 기존 대비 절반 이하, 타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정부가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면제, 전기 요금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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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사진=SKC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생산기지는 같은 규모와 구조를 갖춘 쌍둥이 공장 형태를 띤다. 현재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2공장이 완공될 경우, SK넥실리스 측은 5만7,000톤 규모의 생산성을 갖춘 해외 생산 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코타키나발루가 1~6공장이 운영되는 정읍공장과 함께 글로벌 핵심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셈이다. 2공장은 올해 2분기 완공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경쟁력은?

시장에서는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 진출을 통해 중국의 ‘저가 동박’ 공세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자체 동박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SK넥실리스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경우, 보다 확실하게 글로벌 시장 입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4㎛(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이를 가장 넓고 길게 양산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단순 제조를 넘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두께·너비·길이의 동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말레이시아 공장이 ‘친환경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 역시 호재로 꼽힌다. SK넥실리스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사전 확보, 전력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준비를 마쳤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 달성을 위한 발판을 다지며 글로벌 시장 추세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2공장의 완공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지난 2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은 그린론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그린론은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용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으며 일반 기업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린론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말레이시아 2공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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